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돈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50)씨는 지난 3월20일 출국하기 전 국내 재산을 서둘러 처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씨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 신병인도를 요청하기 위해 김씨의 개인비리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김씨의 강제귀국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본보 취재결과 미국 LA 인근에 김씨의 형제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김씨가 장기간 국내로 돌아오지 않거나 아예 귀국하지 않을 결심을 하고 출국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16일 김씨와 주변 인물들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 결과 김씨가 3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개인재산을 치밀하게 정리해 개인비리 등 약점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실제 자신이 투자한 서울 청담동의 M사 등에서 가지급금 형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자신 소유의 빌딩 등 부동산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취재결과 2001년 6월 서울 강남의 C빌딩과 S빌딩을 매입한 김씨는 지난해 7월 두 빌딩을 담보로 H은행에서 약 200억원 가량을 빌린 것으로 되어 있다. H은행 관계자는 "통상 채무액의 130%를 채권 최고액으로 잡기 때문에 빌딩 2채에 관해 260억원이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약 200억원이 대출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씨가 이 건물 등을 타인에게 명의이전 해주거나, 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한 뒤 대출을 받아 도피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H은행에서 김씨의 자금거래내역을 제출받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김씨가 출국 직전까지 150억원대 건물과 골프장 매입을 측근 임모(해외체류)씨를 통해 추진한 사실도 밝혀내고, 이 과정에 개입한 인사들을 소환해 자금의 출처와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가 재산의 상당 부분을 처분한데다 횡령, 조세포탈 등 개인비리 혐의도 드러나지 않아 강제귀국을 압박하거나, 범죄인인도요청을 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다만 김씨 없이 수사진행이 어려운 만큼 미국에 체류중인 가족 등을 통해 김씨와 접촉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한편 김씨의 친형들이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렌지카운티 부촌에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맏형(57)은 오렌지카운티 해안가 인근 고급주택단지의 단독주택을 2001년 76만달러에 매입해 살고 있으며, 현재 시가는 100만달러를 웃돌고 있다. 김씨의 둘째형(53)은 큰형 집과 불과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으며, 이 집의 시세 역시 약 50만∼60만달러대의 고급 주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형 외에 김씨의 동생(46) 역시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소재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씨의 형제들은 오래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LA미주본사=황성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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