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회창 전 총재를 모셔 오겠다"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태도가 변했다.최 대표는 15일 밤 이 전 총재 장모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이 (이 전 총재가) 전국구 1번이라는 말을 지어내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당 고문직이나 자리를 마련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총재의 총선 지원 유세 문제에 대해 "유세장에 서 있기만 해도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최 대표가 굳이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한 것은 이 전 총재와 선을 긋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를 실제로 총선에 끌어들일 경우 자신의 리더십이 위협 받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전국구 1번설'을 공공연히 입에 담고 있는 양정규 신경식 김기배 의원 등 과거 '왕당파' 의원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최 대표를 자극했을 법 하다. 최 대표는 최근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내가 왜 (이 전 총재 정계복귀를 위한) 총대를 메겠느냐"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 본인은 입을 굳게 닫은 채 초연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귀국 직전 최 대표의 '삼고초려론'에 대해 "고마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던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뭐가 고맙다는 말이냐"고 심한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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