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북핵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7월 1일 뉴욕타임스의 소형원자탄 개발 및 고폭 실험의혹 제기 기사를 필두로 7월 10일 미국 NBC 방송의 폐연료봉 재처리 관련 '크립톤 85' 가스 포착 보도, 그리고 미국에 대한 주유엔 북한대표부의 폐 연료봉 재처리 완료 통보 등 북핵 사태의 위기국면이 보다 가시화하고 있다.여기에 뉴스위크지가 대북 군사행동을 주요 골자로 한 미 국방성의 '작전계획 5030'을 특종으로 보도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연내 한반도 전쟁설을 시사하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참으로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이럴 때일수록 사태의 추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위기국면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정보판단 능력이 시급히 요청된다. 무엇보다 왜곡정보와 역정보를 철저히 가려내어야 할 것이다.
왜곡정보는 정보기관 또는 그 사용자가 수집, 분석한 정보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을 지칭한다. 최근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쌓기 위해 정보 왜곡을 했다는 물의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왜곡정보 논쟁이 북핵 문제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7월 1일자 뉴욕타임스의 고폭 실험 관련 기사의 경우, 실험 장소의 오보(평안북도의 용덕동을 황해도의 영덕동으로)는 물론 1984년 이후 지속적으로 고폭실험을 해온 사실을 간과한 채 북한의 핵 관련 행보를 과장한 경향이 있다. 7월 10일 미 NBC 방송 보도 역시 석연치 않다. 폐 연료봉의 재처리에 관한 기사는 지난 1월 하순 이후 수 차례 보도된 바 있는데 왜 하필이면 현 시점에서 이를 재차 확대보도하고 있는 것인가.
이 두 보도가 왜곡 보도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론몰이를 위한 미 정보당국의 언론 플레이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대북 강경대응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 정보당국이 이러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흘리고 이를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정보도 문제시 된다. 역정보란 적대국이 상대국을 기만, 오판케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린 잘못된 정보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의 행태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작년 10월 켈리 특사 방북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개발 시인, 지난 4월 베이징 3자 회담에서의 핵탄두 보유와 폐 연료봉 재처리 관련 발언, 그리고 7월 8일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사실 통보 등 북한의 시인과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북미간 협상 재개는 물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미국과 그 우방국들을 이간하려는 역정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왜곡정보나 역정보는 단호히 차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 당사국간에 긴밀한 정보협력과 평가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대북 정보 수집, 분석, 판단 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해도 사찰을 통해 이를 검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때문에 검증 가능한 사찰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도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핵 사태를 다루는데 있어 한국 언론들의 신중성을 주문하고 싶다. 미 행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일부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린 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대북 관계기사를 세밀한 검토도 거치지 않고 확대보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과도하게 보도할 경우에도, 북한의 역공작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문 정 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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