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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과 극장가기 / 영상美 못미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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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과 극장가기 / 영상美 못미친 이야기

입력
200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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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굳이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비트', '태양은 없다'에서 정우성은 볼 만했다. 그 두 편의 영화에서 정우성은 연기한다기보다 개성으로 그냥 밀고 들어온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곽경택의 신작 '똥개'에서 정우성은 심하게 망가진다. 주위 사람들에게 '똥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어딘가 어리숙한 촌놈 황철민으로 나오는 그는 경찰인 아버지에게 숱한 구박을 받으며 꿋꿋하게 아무 생각 없이 산다. 정우성의 어쩔 수 없는 매력이자 한계는 망가졌는데도 멋있다는 것이다. '똥개'에서 정우성은 우리의 시선을 붙잡아 둔다. 정우성이 망가지면서 전하는 주인공 캐릭터 그 자체가 볼 만한 구경거리다.'똥개'는 정우성의 매력 외에도 그의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김갑수의 연기가 꽤 볼 만한 영화다. 곽경택 영화의 보증 수표는 배우들에게서 신뢰할 만한 연기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친구' 이래 그는 사투리를 쓰는 남성 영웅담을 줄곧 찍고 있지만 '똥개'는 그의 전작들과는 좀 다르다. 센 척 하지만 사실은 세지 않은 시골 촌놈들의 얘기를 허장성세를 빼고 다룬다. 우직하게 살아가는 밀양 시골 촌놈, 촌년의 삶에 개발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활극이지만 구성이 성긴 대신 상투적 영웅담으로 풀지 않는다. 똥개 황철민에 대해 영화의 여주인공 정애가 "니, 그거 밖에 안 되나?"라고 일갈하는 대사가 있는데 바로 그 얘기다. '똥개'는 별 것 아닌 인간들의 소영웅주의에서 인생을 살 만한 이유를 찾아낸다.

배우들의 매력이라면 최민수, 조재현이 나오는 대작 사극 '청풍명월'도 빼 놓을 수 없다. 인조반정 시대를 배경으로 조정 무관과 자객으로 운명이 엇갈린 두 남자의 얘기다. 이 영화에서 액션은 남자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하나의 소통 양식이다. 홍콩 무협 영화에서와 같은 안무, 묘기의 쾌감을 느낄 수 없는 대신 세상을 잘못 살아버린 두 남자의 분노와 절망과 슬픔이 전해지는 사실적이고 처절한 칼싸움이 시종일관 되풀이된다. 폼을 잡은 것은 근사한데 그것만으로는 보는 쾌감이 덜하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애니메이션인 '원더풀 데이즈'(사진)는 제작진이 오래 버티며 만든 공력이 여실히 느껴진다. 스크린에 그려진 미래 지구의 이미지는 기괴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2D와 3D, 미니어처 촬영과 실사 촬영을 디지털로 합성한 화면에는 어느 애니메이션에서도 보지 못한 색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그 다음엔 이야기가 남는다. 김문생 감독은 관객의 미의식을 주눅 들게 하는 화면을 찾아낸 반면 그에 걸맞는 이야기를 끌어내진 못했다.

끝으로,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는 다 좋은데 50대의 베니니 자신이 피노키오를 연기한다는 그 설정이 놀랍다. 평생 피노키오를 연기할 야망에 불탔다는 베니니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었겠지만 그걸 보는 우리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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