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기금과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국제방송교류재단 아리랑TV(사장 김충일)가 올해 30억원의 재원 결손이 예상되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감독기관인 문화관광부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 최근 아리랑TV 내부의 잇따른 투서로 뒤늦게 지도점검에 나섰으나 '면피성 조치'만 내려 부실감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국가홍보방송인 아리랑TV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등이 출연한 기금 700억원에서 나오는 이자수익과 한해 180억원의 정부지원 예산(방송발전기금과 문화관광부 국고지원) 등으로 운영되는 기관. 1996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재원결손 사태를 맞은 아리랑TV는 현재 3∼4년 지난 프로그램의 재방송 편성비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파행 운영되고 있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올 하반기 방송제작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도 팽배해 있다.
아리랑TV에 대한 문화부의 정기감사는 2000년 이후 실시되지 않았다. 아리랑TV는 최근 저금리 사태로 기금 이자수익이 과거의 1/3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자체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해 재정위기를 초래했다.
하지만 아리랑TV 노조 등 내부에서는 이자수익 및 예산지원 감소는 지난해부터 예견돼 왔던 것으로 정치권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경영진의 무능력이 경영부실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15대 국회의원 출신인 김충일 사장은 16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2001년 5월 아리랑TV 사장으로 부임했다.
특히 '아리랑TV를 사랑하는 모임'(아사모)이라는 익명의 내부 단체가 5월부터 경영진의 비리 의혹 및 부실경영 실태를 열거한 익명의 투서를 잇따라 청와대, 방송위원회, 문화부 등에 보내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투서에는 김충일 사장이 건물 임대보증금 7억원을 회사운영비로 돌려 썼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김 사장이 지난해 고위층에 대한 명절 선물비용을 회사 판공비로 처리했고, 친인척의 비서실장 기용 등 정실인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포함돼 있다.
김충일 사장은 15일 이에 대해 "임대보증금 전용은 부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 행위였다"며 "판공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악의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아리랑TV는 경찰에 투서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한편 문화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뒤늦게 지난달 10일 아리랑TV에 대한 지도·점검에 나섰다. 문화부는 지도·점검에서 임대보증금 전용을 용인했으며, 김충일 사장의 개인비리 의혹은 감사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히 주사급 직원 2명과 KOBACO 직원 1명을 파견, 4일 만에 감사를 마쳤다.
문화부는 김충일 사장이 지난달 23일 제출한 사표를 반려한 상태다. 아리랑TV 내부에서는 "김충일 사장이 고교 후배인 이창동 문화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김 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근거없는 소문일 뿐"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담당자는 "10월 정기감사가 예정돼 있어 약식 점검으로 끝냈다"며 "김충일 사장을 경질하지 않은 것은 아리랑TV의 자구노력을 기다려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리랑TV 노조는 "관리 실책 문제가 제기되자 문화부가 부랴부랴 알맹이 없는 시정 조치를 내렸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용재 노조 위원장은 "문화부는 '아사모'가 제기한 김충일 사장의 개인비리 의혹을 명백히 밝히고 아리랑TV 정상화 방안을 조속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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