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너무 수다스러워"라는 말에 기분 좋을 사람 없다. 사전에서도 수다를 '쓸 데 없는 말'로 정의하고 있으니 말이다. 탈무드는 "어리석은 수다는 초상집에 즐거운 음악을 울리는 것과 같다"고 했고 성경의 잠언은 "수다는 북풍이 비를 몰고 오듯 재앙을 가져온다"고 했다. 수다는 할 일 없는 아줌마 문화의 대명사처럼 치부됐다.하지만 요즘은 수다형 인간이 환영 받는다.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언어적 인간)와 호모 루덴스(Homo ludens·유희적 인간)의 중간 쯤 서 있는 이 수다형 인간은 탁월한 언변으로 어느 자리에서나 분위기를 주도한다. 낯선 사람과도 어떻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알고 있다.
TV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유명해진 여성 출연자는 수다를 경쟁력으로 이용한다. 여성학자 오한숙희는 수다 예찬론자이다. EBS '사제부일체'를 특유의 수다형 언술로 진행하고 있는 그는 "수다는 나를 드러내고 주체로 자각하게 하는, 열려 있고 격의 없는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예찬한다.
수다를 즐기는 사람은 안다. 연예인 이야기,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한 논쟁, 백화점에서 초특가에 판매하는 어느 브랜드의 가방에 대한 이야기로 몇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어린 시절 학교 앞 군것질거리에 대한 추억담까지 도통 쓸 데 없을 듯한 수다는 어떤 심리상담보다 큰 효과가 있다. 게다가 토론과 좌담에서는 결코 얻어 낼 수 없는 수 많은 정보와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다.
러브홀릭의 '놀러와' 역시 수다 예찬곡이다. '나른한 오후, 재미도 없고, 일말의 의욕, 하나도 없어, 일상에 지쳐, 지겨운 날들, 사는 게 뭘까...' 할 정도로 인생이 재미없을 때의 해결책은 바로 수다이다. '내게 전화해 빨리 전화해,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웃어나 보자'고 청한다. "5시간 통화하고도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며 끊더라"고 수다형 인간을 우습게 봤던 이들, 이제 사회적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매일 5시간씩 수다 과외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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