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사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거취가 중동평화안 실행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영국을 방문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회담에서 "유럽국가들은 아라파트 수반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샤론 총리는 앞서 12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라파트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샤론 총리의 이 같은 태도는 미국의 지지를 받는 압바스 총리가 중동평화과정의 주역으로 떠오른 만큼 그와 정적관계에 있는 아라파트 수반이 매우 껄끄러워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측은 결국 아라파트 수반을 고립시키는 대신 압바스 총리에 힘을 몰아주는 것이 자국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고립을 위한 명분으로 그와 팔레스타인 테러단체들과의 연계를 내세우고 있다. 샤론 총리는 11일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라파트는 여전히 무장세력과 자금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구상이 관철되기에는 난점이 많다. 특히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압바스보다는 아라파트측에 가까운 터라 서방측이 일방적으로 아라파트를 고립시키려 할 경우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양대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는 13일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즉각 견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에서 "(압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당국이 우리를 무장해제하려 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휴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라파트 수반을 사이에 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줄다리기는 그의 거취가 중동평화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음을 시사한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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