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의 손상 없이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음반, DVD, 소프트웨어(SW) 등 다양한 디지털 저작물들의 불법 복제가 크게 늘었다.미국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SW 불법복제율은 2001년 48%보다 2%포인트 상승한 50%로 나타났으며, 피해금액도 2배 이상 늘었다.
콘텐츠 업체 울상
저작물의 불법 복제가 일상화하면서 저작권을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업체들은 울상이다. 음반산업은 전세계적으로 불법 복제로 인한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산업군에 속한다. 냅스터와 소리바다 등 P2P 프로그램을 통해 CD 음질과 큰 차이가 없는 MP3 파일들이 자유롭게 교환되기 시작한 이후, 전세계 음반 시장은 대폭 축소됐다. 국내 오프라인 음반시장도 지난 2년 동안 1,000억원 가량이 줄어들어 현재 2,500억원대에 불과하다.
DVD 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원본과 전혀 다르지 않은 불법 복제 DVD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는 영화 한 편을 1.4기가바이트 정도로 압축한 'Divx' 파일이 자유롭게 돌아다녀 양쪽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SW 업계도 마찬가지. 워드프로세서 등 오피스 프로그램과 백신, PC게임 등 개인용 프로그램의 경우 광범위한 불법 복제가 이루어지고 있어, 국내 SW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업종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PC게임 업체들의 경우 패키지 게임 개발을 아예 포기하고 온라인 게임 쪽으로 이미 방향을 돌린 상태다.
파일공유, 기록 및 재생 업체 웃음
불법 복제 범람으로 매출이 크게 증대된 업체들도 있다. 자사의 서버에 회원들이 파일을 올려 놓고 공유하도록 하는 유료 웹폴더 서비스 업체인 G사는 회원이 380만명에 이르렀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과거 유명 PC통신업체들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으나, 최근 아이디스크, 피디박스 등 유료 파일 공유 서비스로 회생의 길이 열리고 있다. 이밖에 수십여개의 파일공유 업체들이 유료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모두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자료를 올리지 말라고 공지하지만, 실제로 교환되는 파일들의 대부분이 불법 복제된 영화, SW, 게임 등이다.
인터넷에서 받은 파일로 자신만의 CD나 DVD를 만들어 사용하는 네티즌들이 늘면서 CD나 DVD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기록·재생 매체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공CD, 공DVD 및 이를 제작 및 재생할 수 있는 드라이브, MP3 플레이어 등이 그것. Divx 파일은 특수한 변환을 거치지 않는 한 일반 DVD 플레이어에서 재생되지 않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Divx 파일을 직접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외국에서 수입돼 상당한 수량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MP3 플레이어도 음악 파일 교환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다.
업계 대립 어떻게 풀까
이렇게 불법 복제로 울고 웃는 산업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냅스터 등 P2P 업체들을 지속적으로 고소해 온 미국 음반업계는 최근 P2P 업체에는 저작권법 위반의 책임이 없으나 이를 통해 파일을 전송, 배포하는 사람들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자 아예 네티즌 수천명을 법정에 세울 태세다.
불법 복제를 통해 이익을 얻는 업체라 하더라도 불법 파일 교환을 적극적으로 방조한 '증거'가 없는 한 처벌을 받을 수 없으므로, 결국 네티즌만 범죄자로 몰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송이 계속되더라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저작물 공유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때 양측이 서로 소모적 싸움을 계속하기보다는 파일 공유라는 수단은 유지하면서 콘텐츠 업체들이 저작권료를 챙길 수 있는 제3의 방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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