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부터 증시 개장 시간에도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처분할 수 있게 돼 기업들의 주가 관리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반면 신탁 형태의 자사주 매매에 대해서는 직접매매와 동일한 공시의무가 부과되는 등 규제가 강화된다.금융감독위원회는 14일 자사주 매매 활성화를 통한 주가 부양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자사주 취득·처분 제도개선방안'을 마련, 8월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업들은 개장 전 동시호가를 통해서만 자사주 매매주문을 낼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정규 매매시간인 오전 9시∼오후 3시에도 자사주 취득 및 처분이 가능해진다. 단 자사주 매매를 통해 마감가격을 인위적으로 변동시키는 이른바 '종가관리'를 막기 위해 오후 2시 30분 이후에는 신규주문이 금지되고, 기존 미체결 주문의 체결만 허용된다.
자사주 주문가격도 그날 주문시점까지의 최고 가격까지 확대해, 주가 부양효과가 커지도록 했다. 현재는 동시호가 미체결 분량에 대해 '직전 가격과 최우선 호가 중 높은 가격과, 그 가격으로부터 10 호가 낮은 가격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금감위는 신탁 방식의 자사주 매매에 대해서는 직접매매와의 형평성을 고려, 똑같은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던 자사주 신탁도 앞으로는 매매 전날 취득·처분에 대한 공시를 해야 하며, 매매 주문시 수량 및 호가제한을 받게 된다. 또 은행 자사주 특정금전신탁이 시간외 대량매매에 의해 자사주를 사는 것도 금지된다.
금감위는 전자 장외증권중개시스템(ECN)에 지난달부터 상하 5% 가격변동이 허용됨에 따라 ECN시장의 자사주 처분에 대해서도 장시작 전인 오후 4시까지 자사주 처분 예정사항을 공시하는 등 거래소 및 코스닥에 준하는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한 자사주처분을 가능하게 하고,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 지급을 위한 자사주 취득의 경우에는 기존 자사주 취득기간이라도 신규 취득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자사주 제도정비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보다 활발해지는 반면 자사주 신탁은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은 2001년에는 267건, 4억7,167만주에서 지난해 379건, 6억9,637만주로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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