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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아픔 보듬는 희망의 손길/ SBS 희귀병 아동 돕기 프로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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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아픔 보듬는 희망의 손길/ SBS 희귀병 아동 돕기 프로 "세상에서…"

입력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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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트장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26개월 예린이(여)는 몸무게가 5㎏에 불과하다. 소장에 융모가 없어 아무리 먹어도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을 팔아 병원비를 대던 아빠는 실직까지 하고 절망감에 빠져 한 달 전 집을 나갔다. 딸이 금세 나으리라는 종교 같은 믿음을 안고 사는 엄마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고 이혼을 생각한다. 왜소증인 외할머니는 외손녀의 병이 자기 때문은 아닌지 안절부절이다. 한 달에 150만원씩 드는 병원비는 몇 달째 밀려 있는 상태다.사랑하는 가족이 병으로 고생 하고 있을 때 가족 모두의 가슴에도 큰 멍이 생긴다. SBS의 희귀병 아동돕기 프로그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매주 토요일 밤 11시50분)은 환자 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아픔까지 어루만져 주는 프로그램이다. 5월10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1회성 모금에 그치는 다른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과 다르다. 치료비 지원은 물론이고 가족 구성원이 갈등을 극복하고 희망을 안고 살아가도록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준다.

이 역할을 맡는 곳은 솔루션 위원회. 유전학, 정형외과, 소아과 전문의와 변호사, 한국복지재단 관계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홍신 의원까지 함께 하는 솔루션 위원회는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12일 방송된 예린이 문제 해결을 위해 위원회는 부모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제작진은 예린이 부모를 서울대병원 사회복지팀과 연결시켜 지속적 상담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힘을 모아 딸의 치료에 임하도록 도왔다. 또한 1년간의 치료비를 지원해 아빠가 편안한 마음으로 새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했고 자원봉사자를 연결시켜 예린이 엄마가 쉴 시간을 갖도록 했다.

'세상에서…'는 기존 이웃돕기, 사회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외주제작사 HOW의 최경 작가는 "기존 이웃돕기 방송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해 돈을 모아 전달하는 1회성 이벤트로 끝나기 일쑤"라고 지적한다. 그는 "치료비 지원 뿐 아니라 환자 가족을 지역 자원봉사 단체, 사회복지관 등과 연결시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제작진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사랑이(6월28일)의 수술 후 대학 동아리와 연결시켜 언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식욕이 비정상적으로 왕성한 프라더 윌리 병을 앓고 있는 명규(5월24일)는 인근 체육대학과 연결시켜 운동치료를 받게 했다. 집에 들어오기 싫어하는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수미(5월10일)를 위해서는 예쁜 방을 꾸며 줘 집에 머물고 싶게끔 했다.

시청자들은 "정말 환자 가족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딱 꼬집어 준다. 희귀질환 환우 및 가족들은 희망을 갖는다"(정기영) "타 프로그램은 힘든 이야기로만 끝나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는데 대책까지 제시해 주어 희망적이다"(양은주)라는 반응이다. 늦은 시간 타 방송사의 주말영화 틈바구니에서도 시청률은 차츰차츰 상승해 9%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현재 로또 시스템 사업자인 (주)KLS로부터 제작비 전액을 지원받아 제작하고 있지만 계약이 12회로 끝나기 때문이다. KLS측은 로또의 공익적 성격을 드러내고자 '세상에서…'의 제작지원을 시작했지만 방송위원회가 '로또 사업자의 방송협찬 고지를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린 데다 시청률이 낮게 나오자 계약 연장을 망설이는 상황이다. SBS는 "제작지원이 끊길 경우 자체 제작비로 충당해서라도 프로그램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며 애착을 보이고 있다. 솔루션위원장 김현주 교수(아주대병원 유전학 클리닉)는 "'세상에서…'는 환자 가족의 어려움을 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줘야 한다는 인식을 널리 알리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제작비 문제 등에 부딪쳐 도중하차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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