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은 서울대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입니다."지난 달 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상담 교수로 취임한 교육학과 김동일(39·사진) 교수는 "장애 학생들을 일선에서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장애 학생들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이렇게 말했다.
총장 직속의 지원센터 설립과 담당 교수 선임은 한 달간 대학본부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던 서울대 장애 학생 단체인 장애인인권연대사업팀의 오랜 요구사항. 이들에게는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과'를 한꺼번에 거머쥐게 된 셈이 됐고, 김 교수는 이제 서울대 장애 학생 57명의 기대와 고민을 한 몸에 떠 안게 됐다.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배우며 특수교육을 전공한 김 교수는 4년 전 서울대에 부임하기 전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특수교육 상담 전문가. 그는 "능력과 성취도 두 가지 면에서 뛰어난 장애 학생들이야말로 1%의 수월성을 강조하는 서울대에게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며 "보통 학생들보다 10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 이들을 교육부와 학교는 소중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 동안 사적으로 치렀던 비용과 노력에 대해 공공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옆 방 동료인 신종호 교수가 최근 다리를 다쳤던 사례를 들며 "모두가 잠재적 장애자인 만큼 장애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시혜'가 아니라 개인과 시스템 사이의 이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경사가 심한 관악 캠퍼스를 완전한 평지로 만들 수는 없다"며 "교육권과 학습권을 놓고 대학본부와 장애학생 간에 불거지는 갈등도 '적정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자들과 함께 해외 대학의 장애지원센터를 탐방해 보고서를 작성했던 김 교수는 지원센터가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예산과 직원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 상태로는 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생활문화원과 교수학습개발센터, 교육연구소, 대학원 등에서 여러 자리를 맡고 있는 그는 앞으로 혼자 뛰어야 하지만 스스로 네트워크가 돼 장애학생들의 손과 발이 될 생각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는 지역 학생들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숙사를 지었고 농어촌 특별전형을 만들었으며, 여학생들을 위해 화장실을 넓히고 진로취업지도센터를 만들었다"며 "이제 장애학생 차례"라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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