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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은 지금/ 미국의 비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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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은 지금/ 미국의 비교광고

입력
2003.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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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시작을 앞둔 미국 대학의 캠퍼스는 요즘 각종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는 신입생들로 북적거린다. 학교 곳곳에는 아파트를 내놓거나 구하는 전단이 나붙고, 다운타운에서는 신입생 환영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불꽃 튀는 판매 경쟁도 시작됐다.눈길을 끄는 광고 중 하나가 '머스탱 대 BMW' 편이다. 머스탱은 유선형 쿠페 스타일로 전통적으로 미국 대학생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 차종이다.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강점은 스타일과 성능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올 여름 머스탱은 가격을 무기로 삼은 비교 광고를 선보였다. 늦은 밤 차로 중앙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BMW 양 옆으로 요란한 음악과 함께 머스탱 두 대가 멈춘다.

머스탱에 탄 학생이 한마디 건넨다. "우리 지금 파티하러 가는데 함께 갈래?" BMW를 탄 학생은 고개를 젓는다. "아르바이트 하러 가야 해." 잠시 후 파티장 현관에 머스탱을 탔던 학생들이 주문한 피자가 배달됐는데 배달 온 청년이 바로 BMW를 몰던 학생이다. 불쌍하게 바라보는 친구들과 비참해 진 BMW 학생의 표정이 교차하며 광고는 막을 내린다. 자동차를 사려거든 BMW보다 머스탱을 선택해 '쪼들리지 말고' 여유 있는 대학 생활을 하라는 제안이다.

이처럼 미국 방송에서는 타사 상품을 직접 등장시키는 비교 광고를 자주 볼 수 있다. 펩시가 '뉴 제너레이션' 이미지 강화를 위해 코카콜라를 등장시키고, 애드빌이 의사들이 추천하는 진통제임을 강조하기 위해 타이레놀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남의 상품을 비하하는 행위로 비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일정한 선을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교는 하되 비방은 하지 않으며, 경쟁사가 가진 장점을 액면 그대로 인정해 준다는 점이다. 머스탱은 BMW가 자사 제품보다 고급이며 경제적 여건이 허락할 경우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차종임을 인정하며, 펩시도 코카콜라의 전통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애드빌 또한 타이레놀의 범용성을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질서가 비교 광고의 정착에 큰 힘이 되고 있고 비방 관련 분쟁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바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법적으로는 비교 광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광고인과 광고주 스스로가 꺼린다. 확실한 비교 우위가 있더라도 우리 상품을 내세우기 위해 남의 상품을 등장시킬 경우 법보다 더 무서운 도덕률 잣대로 비난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비교 광고는 아직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다.

미국의 비교 광고가 가진 순기능, 즉 광고주는 비교와 비방을 엄격히 구분하고 소비자들은 좀 더 냉철한 눈으로 광고가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풍토가 정착된다면 비교 광고는 충분히 욕심 낼 만한 광고 형식임에 틀림없다.

/유현재·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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