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에 자리잡은 삼성전자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라인은 요즘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쏟아지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서 5월 연휴 기간에도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벽걸이 TV로도 불리는 PDP TV는 가장 싼 제품이라도 600만원을 넘지만, 올 초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60인치 이상 고가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1,700만원선인 삼성전자의 63인치 PDP는 매달 200∼300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출로 40인치 대 제품이 많이 나가는 반면, 내수는 60인치 이상 제품이 주력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70인치 벽걸이 TV도 조만간 시장에 내놓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TV는 대당 4,00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일부 고가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비싸야 잘 팔린다'는 한국적인 소비행태는 여전한 셈이다.
한대에 300만∼500만원으로, 냉장고로서는 최고 가격을 자랑하는 와인냉장고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와인셀러'를 내놓아 시장의 반응이 좋자 GE백색가전과 LG전자가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도 비쌀수록 잘 팔리기는 마찬가지다. 중고차 판매는 뚝 끊겼지만, 오피러스 등 일부 고급 차종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한달 이상 출고를 기다려야 한다.
고급 외제차의 대명사인 포르쉐는 4월에 이미 금년 판매목표를 넘어섰고 BMW도 지난해까지 가장 많이 팔렸던 5시리즈(7,000만원대)를 밀어내고 7시리즈(1억원대 이상)가 주력제품으로 떠올랐다.
위스키 시장에서도 전체 위스키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고급 브랜드 위스키는 오히려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액 숙성 17년 이상의 슈퍼프리미엄급(SP급)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20만3,227상자(500쭬 18병 기준)에서 올 상반기 33만9,127상자로 66.9% 늘어났다.
반면 대중적인 12년짜리 프리미엄급(P급) 위스키 판매량은 올 상반기 133만7,282상자에 그쳐 지난해 동기(146만5,499상자)보다 8.7% 감소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아무리 물건 값을 깎아도 팔리지 않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비싸야 더 잘 팔리는 소비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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