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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감위 감각파 3인방/일할땐 秋霜… 일상으로 돌아오면 春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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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감위 감각파 3인방/일할땐 秋霜… 일상으로 돌아오면 春風

입력
2003.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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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 부서의 기본임무는 '지뢰 찾기'다. 경제 시스템에 잠복해 있는 불안요인(지뢰)을 찾아내 뇌관을 제거하는 것이 금융감독 당국의 직원들에게 부여된 역할이다. 금융감독원 하면 으레,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냉정함과 숨 막힐 듯 딱딱한 분위기, 금융검찰이라는 서슬 퍼런 이미지부터 연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일하는 현장이 차갑고 딱딱할 지언정 마음만은 맑고 푸근한 지뢰제거요원들이 있다. 천진난만한 어린이처럼 날마다 별을 꿈꾸며, 세상살이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예술가들이 금융감독 정책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금감원 은행감독국의 양현근(43) 금융지도팀장. "기다림이 있는 한 희망이라는 낱말들이 녹스는 법은 없으리라"며 늘 시상(詩想)에 잠겨있는 시인이다. 1998년 창조문학 신인상과 문학세계의 문학상을 받아 등단한 그는 2001년 첫 시집 '수채화로 사는 날'에 이어 얼마 전 두 번째 시집 '안부가 그리운 날'을 펴냈다.

시에 대한 양 팀장의 애정은 남다르다. 계간 '미래문학' 부회장과 시 동호인 모임인 '시 마을'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feelpoem.com)'을 개설해 시작(詩作)에 몰두하고 있다. 양 팀장의 신작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이 홈페이지는 불과 수개월 만에 하루 접속 건수 1만 명, 총방문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순수문학사이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 우리의 일터와 사회가 더욱 정겹고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에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분야를 전담하고 있는 김홍식(33) 사무관은 '오디오 평론가'라는 또 하나의 직함을 갖고 있다. 얼핏 클래식 음악 비평가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스피커와 앰프 등 오디오기기에서 나오는 기계적 소리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평하는 것이 이 직함의 전공분야다.

타고난 음감과 음악적 소양을 가진 '황금 귀'의 소유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전문영역이기도 하다. 틈틈이 하이텔의 오디오 동호회(hifinet.co.kr)에 마크 레빈슨이니 매킨토시니 하는 세계적 명품은 물론, 새로 출시된 각종 오디오제품에 대한 평론을 올리고 있는 그는 "글 한편을 쓰려면 한달 내내 밤잠을 설쳐가며 한 오디오와 씨름해야 한다"며 "그래도 음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마음은 늘 여유롭다"고 말한다.

오디오에 대한 전문적 관심은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됐다.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며 자연스레 클래식을 가까이 하게 된 그는 대학(서울대 경영학과 89학번) 시절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직접 창단해 바이올린 연주자겸 콘서트 마스터를 맡기도 했다.

오디오에 관한 한 세계적 명품은 다 섭렵한 그는"뭐니 뭐니 해도 가장 황홀한 소리는 역시 실연 음"이라며 업무에 쫓기는 요즘도 틈만 나면 연주회장을 찾아 다니는 게 취미이자 일이다.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금감원 조사1국 장범진(42) 팀장은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포도대장'. 주가 작전세력의 시세조종 행위를 적발하고 처벌할 땐 추상같지만, 우리네 삶의 정경을 카메라 앵글에 잡을땐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하고 부드럽다.

2001년 11월과 올 3월 두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프로작가의 대열에 들어선 그는 '꿈'과 '흔적'이라는 다소 어렵고도 추상적인 주제를 일관되게 사진으로 표현해 왔다. "인간의 무의식에 잠재하고 있는 욕구,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고 싶다"는 게 사진작가로서 장 팀장의 포부다.

금감원 내 사진동호인 모임인 '디카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증권감독원 재직시절 "평생의 취미로 제격 같아" 사진을 시작했다. 먼 훗날 본인의 회갑잔치와 고희연을 개인사진전으로 대신할 수 있을 만큼 보람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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