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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네덜란드모델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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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네덜란드모델을 위한 변명

입력
2003.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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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일본모델을, 외환위기 이후 영미식 신자유주의 모델을 따른 우리나라 경제에서 최근 네덜란드 모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네덜란드 모델을 너무 쉽게 주장하고 너무 쉽게 비판하는 것 같다.정부의 냉온탕식 노사정책에 대해 노사양측 반발이 고조되고 있던 최악의 시점에 청와대가 직접, 그것도 노동자의 경영참가라는 민감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 덜컥 네덜란드모델 도입을 발표해 버렸다. 그러자 노사양측에서 비판이 나오고 매스컴에서는 감성적 비판의 소낙비를 쏟아 붓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는 냉철하게 합리적으로 네덜란드 모델을 논의해 보아야 한다. 영미식 신자유주의 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네덜란드 모델을 주목하는 까닭은 다음의 두 가지 때문이다.

우선, 네덜란드가 독 불 영 러 등의 강대국 사이에서 '새우등'이 아니라 어부지리를 얻으며 통상국가로서 강소국이 된 것이다. 한국은 미 일 중 러 사이에서 어떻게 어부지리를 얻는 강소국이 될 것인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정부에 있을 때 산·학·관 합동으로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벤치마킹팀을 만들어 유럽에 파견했으며, 그러한 배경에서 김대중 정부는 한때 신통상국가론을 표방했다.

둘째, 노동자 밀어내기식의 영미식 구조조정의 한계를 넘어선 네덜란드의 사회통합형 혹은 노사정 합의형 구조조정시스템, 그에 따라 영미식 '일자리는 없는 경제성장'(jobless growth)의 한계를 극복한 '일자리 창출형' 성장모델의 이점이다.

요즘 갑자기, 한국은 네덜란드와 같은 합의적 문화전통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이나 월드컵 때의 붉은악마 현상에서 우리는 한국형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을 재발견한 바 있다. 또 네덜란드식 '일자리 나눠갖기'(work sharing)가 한국에서는 어렵다고 하지만, 그것은 독일 아일랜드 멕시코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작년부터 일본기업에서 급속도로 파급되고 있다.

더구나 국내에서도 유한킴벌리를 비롯한 10여개 회사에서 4교대 내지 5교대의 예비조 근무방식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모든 기업이 예비조 근무 방식을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능한 기업만 도입하더라도 실업자 200만명은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경제의 최대 고민이 '고용없는 경제성장'이고, 고용감소에 의한 수요감퇴가 경제성장 자체를 잠식해 버리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네덜란드형 성장모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네덜란드 방식은 경기불황 때 구조조정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으나 일본의 도요타나 닛산이 감원 없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세상에 문제 없는 완전한 모델은 없다.

네덜란드의 노사정 합의모델은 미국의 신경제 이상의 성장을 이룩했으며, 미국의 신경제 불황보다 덜 심각한 불황에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네덜란드 모델을 노조의 경영참가 모델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미국식 사외이사제에 더해 네덜란드처럼 종업원 대표 혹은 종업원 추천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식이 기업의 직접 경영권을 존중하면서 투명성을 결정적으로 높여 결국 기업가치를 제고시킬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술혁신은 연구실에서 뿐만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크게 일어나는 것이며 생산현장의 주역은 노동자이다. 노동자의 사기 진작과 참여의식이 현장 기술혁신의 요체이며 노사협력 시스템이 기술혁신 공동체로 발전되도록 해야 한다.

이미 2년 전 양대 노총과 경총, 산업연구원과 노동연구원, 그리고 여야와 정부가 동북아평화센터 주관으로 회의를 열어 네덜란드 모델의 창조적 도입을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합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주기 바란다.

김 영 호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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