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삼각주 지역인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남부 해안선이 무서운 기세로 침식되면서 지역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13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시시피강 하류에 위치한 이 지역의 습지와 마른 땅이 30분당 대략 축구장 만한 크기로 파도에 의해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190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지도에서 사라진 땅은 2,000 평방마일(약 5,200㎢)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의 작은 주인 델라웨어주와 볼티모어, 워싱턴의 면적을 합친 것과 맞먹는 크기. 현재도 매년 25∼30 평방 마일의 땅이 사라지고 있으며 2050년까지 700∼900 평방 마일이 더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동안 어쩔 수 없는 자연 재앙으로 여기며 큰 주목을 끌지 못하던 이 문제가 최근 미국의 전국적 관심이 된 이유는 석유 생산기지와 송유관 등의 시설이 대부분 남부 해안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미국내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3분의 1이 멕시코만에서 나오며 이중 대부분이 루이지애나 해안을 거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침식이 계속되면 인근 대도시인 뉴 올리언즈도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도를 막아주는 해안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소규모의 허리케인도 내륙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고 보고있다.
루이지애나 주 정부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140억 달러를 들여 대규모 방벽 설치를 고려하고 있지만 침식 현상을 조금 늦출 지는 몰라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이 엄청난 재앙이 인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1700년대 초반 홍수 방지 등을 위해 미시시피 강변에 세운 제방이 그동안 강에서 공급되던 진흙과 침전물 등을 막자 수천 년에 걸쳐 그 침전물로 형성된 광활한 삼각주 지역이 더 이상 지탱할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1900년대 중반 습지를 가로질러 건설된 거대한 송유관이 토사의 원활한 순환을 막은 점도 한몫했다. 한 번 바닷물이 넘어오기 시작하자 육지 식물이 죽고 그 식물에 붙어 유지되던 진흙층 역시 바닷물에 휩쓸려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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