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건리뷰/외박 나온 의경 자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건리뷰/외박 나온 의경 자살

입력
2003.07.12 00:00
0 0

"우리 아들이 얼마나 쾌활했는데…. 실컷 두들겨 맞게 내버려 두고선 내성적이라서 자살했다니…."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B병원 영안실. 외박을 나왔다가 부대 복귀 시한을 앞둔 6일 오후 한 초등학교의 외진 창고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수원 남부경찰서 소속 최모(21) 일경의 어머니 문모(49)씨는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고참이 매일 때리고, 잠 안 재우고 미치겠다. 24시간 괴롭힌다. 도시락 반찬 남겼다고 끌려가서 맞고,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못 잤다. 의경 생활이 이런 것인 줄은 몰랐다. 고참들은 악마 같다.' 아들이 황색 서류철 앞뒷면에 자필로 써서 남긴 유서는 부모의 가슴을 후벼 팠다.

최 일경의 유서 내용처럼 남부서 방범순찰대의 몇몇 고참들은 그에게 날마다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경기지방경찰청이 10일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한 구모(21) 수경, 김모(20) 상경, 정모(21) 상경 등 3명의 고참병들은 갖가지 트집을 잡아 최 일경은 물론, 다른 부하 의경들을 상습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소개팅에서 바람을 맞았다', '신발끈을 매지 않았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이유로 최 일경을 폭행했다. 구 수경은 6월 초 A의경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달라고 강요한 뒤 소개팅에서 바람을 맞자 A의경을 주먹으로 수 차례 때렸다.

김 상경은 숨진 최 일경에게 5차례 '밥을 늦게 먹고 반찬을 남긴다'며 욕설을 퍼붓고 옆구리를 가격했으며 정 상경은 B의경이 '청소를 못하고 기동대 버스에서 창문 밖을 내다 봤다'는 이유로 머리를 10차례 구타했다.

경찰청의 '전·의경 자체 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발생한 부대 내 자살·자해 사고는 각각 16건과 8건. 구타사고만 해도 지난해 343건, 올 상반기 160건으로 전·의경들의 영내 폭력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전·의경과 관련한 구타·사망사고는 각종 시위 진압을 전담하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지나친 근무기강과 무관치 않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