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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지중해 문화기행

입력
200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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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지음 일빛 발행·1만5,000원지중해. 인류의 문명을 낳고 거둔 곳. 문명의 호수,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끌어안은 곳. 문화인류학자 이희수(50) 한양대 교수는 하늘과 바다가 똑같은 빛깔로 푸른 이 곳을 20여 년에 걸쳐 답사했다. '지중해 문화기행'은 이씨의 발이 닿은 지중해 연안 10개 나라 도시에 관한 이야기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그리스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거쳐 북부 아프리카의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를 지나 레바논에 이른다.

고대 최대의 종합병원인 아스클레피온과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이 자리잡은 터키 페르가몬은 고대 의학의 요람이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고향인 이탈리아 제노아는 바로 그 콜럼버스로 인해 해상 왕국의 영광을 잃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 교역의 중심축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천혜의 휴양지로 꼽히는 스페인의 팔마 데 마요르카는 작곡가 안익태(1906∼1965)가 눈을 감은 곳이다. 그를 기억하는 마요르카 사람들은 안익태 기념관 건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

북부 아프리카는 지중해 다른 곳보다 더욱 길고 오래된 역사를 안고 있다. 이희수씨가 보기에 이곳은 '진정한 남부 지중해'다. 기하학자 유클리드, 지구의 둘레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측정한 에라토스테네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등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석학들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길러졌다. 튀니지 튀니스는 중부 지중해의 젖줄로 로마 제국을 풍요롭게 했다.

이희수 교수가 보기에 지중해는 서로 다른 종교가 얽히고 예술과 신화가 섞이는 교류의 장이다. 저자는 다문화가 공존하는 지중해 현장을 안내함으로써 화해의 정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섞임으로써 더욱 아름답고 풍성해진다는 문화의 법칙을 확인해 준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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