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시티 자금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인정한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진퇴 문제가 여권의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구주류는 표면적으로는 정 대표를 적극 감싸며 새삼 단합을 과시하고 있지만 밑바닥 기류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특히 정 대표가 물러날 경우 구주류 핵심인 박상천 최고위원에게 당권이 넘어간다는 점에서 정 대표의 진퇴는 신당 추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 대표의 손을 놓을지, 계속 잡고 있을지 청와대의 고민도 간단치 않다.신주류 내부의 엇박자 민주당 신·구주류는 11일 일제히 정 대표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계파를 떠나 검찰 수사를 집중 성토하며 정 대표의 현직 유지를 지지했다.
정 대표의 거취와 관련, "지금 사퇴를 말할 때가 아니다"(김상현 의원) "신문에 난 걸 갖고 뭘 말하나"(신기남 의원) 등 사퇴를 만류하는 쪽으로 큰 가닥은 잡혔다. 신주류 핵심인 임채정 의원은 "검찰이 여론재판을 시도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주류 내부에선 다른 기류도 감지됐다. "정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신주류 전체 도덕성에 흠집이 날 수 밖에 없고, 신당 추진의 동력도 감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소수지만 아예 "'분당 불가'를 내세워 구주류에 동조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 정 대표를 이 참에 털고 가자"는 강경론도 있다.
다음 당권은 구주류? 그러나 정 대표가 사퇴하면 전당대회 경선 3위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자동적으로 대표직을 승계한다는 게 신주류의 고민. 당권이 구주류로 넘어가면 중도파조차 신당 반대 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신주류로선 쉽게 정 대표 카드를 포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원기 상임고문이 이날 신당추진모임 운영위에서 "동지에 대한 애정과 믿음으로 신당을 굳건히 추진해 나가자"고 내부 결속을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구주류가 당권을 차지하게 되면 오히려 민주당과 신당을 분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 신당 행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구주류는 당 결속을 위해 다음 주 대전에서 열려던 당 사수 대회를 취소했다. 한화갑 전 대표는 "정 대표를 당이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상천 최고위원도 "당을 같이 하는 동지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 정 대표를 옹호했다.
고민에 빠진 청와대 청와대는 정 대표가 이날 갑자기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해 버리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정 대표 거취 문제는 본인이 결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견을 전제, 조심스럽게 정 대표의 퇴진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어 주목된다.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 총재도 아니고, 정 대표가 양심에 꺼리길 게 없다고 자신한다면 누가 그에게 나가라 마라 하겠느냐"면서도 "나라면 그만둘 것"이라고 은근히 정 대표의 결단을 기대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대표가 돈을 받았다고 인정했고, 이것이 법을 어긴 게 확실한 이상 대표직을 갖고 검찰 조사를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젊은 참모들은 "정 대표는 신당에 대해 미온적이었다"며 "신당 창당 흐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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