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이란 게 원래 틀릴 수도 있고 그런 겁니다. 다른 연구기관들도 다 틀리지 않았습니까."(한국은행 임원)"아무리 그래도 지난달 17일 박 승 총재가 국회에서 '4% 성장'을 장담했다가 불과 20여일만에 3.1%로 내린 것은 너무 심했지요."(기자)
"4월에 전망(4.1%성장)한 게 6월까지만 해도 수정되지 않았으니, 그땐 그럴 수밖에요."(한은 임원)
"경제상황이 크게 나빠졌는데도 수정 전망치가 아직 안 나왔다는 이유로 엉터리 전망치를 계속 얘기하고 다녀서야 되겠습니까."(기자)
"총재님 화법이 좀 부드럽지 못해서…."(한은 임원)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춰 발표한 10일 한은 임원들과 나눈 대화다. 작년에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9%로 잡았다가 6.5%로 대폭 올리고, 올해 전망치는 거꾸로 당초 5.7%(작년 말)에서 절반 수준으로 내린 한은의 변명치곤 너무 당당했다.
전망이라는 것은 언제든 빗나갈 수 있는 것이지만 국내 최고의 예측기관이자 통화정책의 사령탑인 중앙은행이 불과 몇 달만에 전망치를 오차범위도 한참 벗어난 2∼3%포인트씩이나 수정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은의 전망치 수정 폭(2.6%포인트)은 한국개발연구원(KDI, 2.2%포인트), 금융연구원(2.1%포인트) 등 다른 연구기관과 비교해봐도 너무 크다. 불과 20여일 앞도 못 내다보고, 극단적인 비관론과 낙관론을 오가는 박 총재의 잦은 설화도 한은의 수준 미달 경제예측에 큰 책임이 있다.
한은이 경기 전망을 지금처럼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한다면 거시정책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시장의 불신은 더욱 커지게 된다. 금리정책의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수준미달 한은'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남대회 경제부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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