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주제로 이뤄진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은 고영구 국정원장의 '북한 고폭실험' 보고로 촉발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실체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대북 비밀송금과 고폭실험을 묶어 전·현 정부에 맹공을 퍼부은 반면 여당 의원들은 "북핵 문제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논쟁의 핵심은 고 원장이 9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1997년부터 2002년 9월까지 평북 용덕동에서 70여 차례 고폭실험을 했으며 정부는 98년 4월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한 것이었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북한의 핵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정황을 알고도 엄청난 달러를 보낸 것은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원유철 의원은 "평화의 빵이 공포의 무기가 돼 돌아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 의원은 "북한의 고폭실험 진행중에 제공된 달러가 핵개발에 전용됐다면 국기문란행위"라면서 "햇볕정책의 실상에 대해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대북정책을 완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자민련 김학원 의원도 "북한은 현재 원료 확보와 실험을 마친 상태에서 조악한 수준일지는 몰라도 핵무기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북한이 83년부터 93년까지 70여 차례 등 모두 140여 차례 고폭실험을 계속했다는 것은 핵폭탄 제조에 이르지 못했다는 반증이고, 고폭실험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사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 원장 보고의 진위 여부를 따졌다. 이창복 의원도 "북핵 문제를 과대평가하고 호들갑 떨다가는 제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거들었다.
여야 의원들은 그러나 노 대통령이 3강 외교에서 취한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너무 오락가락한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나라당 한승수 의원 등은 북핵 문제의 해결방법과 관련, "노 대통령이 미국에서는 '강력한 추가조치', 일본에서는 '대화와 압력 병행'에 합의해놓고, 중국에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 등은 "정부의 북핵 협상 원칙이 당사자간 대화인지, 다자회담인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고건 총리와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고폭실험과 관련한 잇따른 추궁에 대해 "정보기관의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노 대통령이 3강 외교에서 언급한 추가조치, 대화와 압박, 대화 표현은 서로 배치되는 관계가 아니고 일관된 입장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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