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11일 지난 해 대선 및 대표경선 과정에서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고 시인한 이유는 뭘까. 특히 정 대표가 여권 핵심부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200억원의 대선자금 모금 규모를 공개해 파란을 일으킨 의도는 뭘까.우선 "여권 핵심부에 대한 경고나 압박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 대표가 이날 '200억 대선자금'을 공개한 것은 "최근 신당 추진과정에서 신주류측과 일정 거리를 뒀던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여권 일각의 정서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한 측근은 "정 대표가 두 세 번씩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정 대표가 굿모닝시티 자금 수수, 대선 자금 모금 사실을 공개하면서 계속 신주류 강경파인 이상수 총장을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정 대표 주변에선 "정 대표가 10일 굿모닝시티 자금 2억원을 받아 이 총장 후원회 명의로 영수증 처리했다고 밝힌 것을 이 총장이 즉각 부인하고 '정 대표가 2억원 외의 돈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데 대해 격분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정 대표가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찮다. "내가 대표 경선에서 쓴 돈은 한 자리 숫자이지만, 다른 후보는 10억∼20억원씩 사용했다"는 정 대표의 발언이 이와 무관치 않다.
당시 경쟁후보들은 한화갑 전 대표, 박상천 최고위원 등 구주류측 인사들로, 향후 자신이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정국 상황을 고려한 사전포석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정 대표가 이번 사건을 이권청탁에 따른 수뢰의혹 사건이 아닌 '정치자금 사건'으로 못박기 위해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일각에선 "정 대표가 지난해 3월 정치자금에 대한 양심고백을 한 뒤 주변으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은 김근태 고문의 전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나도 경선 때 (양심선언을 했던) 김근태처럼 됐다"는 정 대표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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