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보양식 하면 떠오르는 것은 삼계탕과 보신탕일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실제 여름철 닭고기의 소비(1인 하루 23g)가 다른 철(11∼13g)보다 두 배나 많았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어떤 음식을 보양식으로 먹고 있을까? 의외로 고단백 식품이 아닌 간소한 음식이 답변에 포함됐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선호했다. 영양섭취가 풍족한 사회가 되면서 보양식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 의사들은 즐겨먹는 보양식이 제각각이었지만 "자기에게 부족한 영양분을 골라먹는 것이 보양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
열과 땀이 많고 평안도 출신인 나는 여름철이면 으레 메밀국수를 찾는다. 메밀은 성질이 찬 식품이라 열을 식히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아 체중이 나가는 편인 나에게 잘 맞는다. 체중조절이 필요한 중년이라면 특히 고단백 고칼로리의 보양식은 절제하는 것이 좋다.
메밀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하며 전분 입자가 미세해 소화가 잘 되므로 여름철 소화촉진제로도 좋다. 외피가 많이 섞여 색이 검을수록 영양분이 많고 향도 좋다. 특히 변비가 있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
한의학에선 사상체질별로 잘 맞는 보양식을 권하기도 하지만 금과옥조는 아니다. 나는 사상체질로는 태음인에 속하지만 태음인에게 잘 맞는다는 인삼, 도라지, 버섯 등 향이 강한 음식에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 심하면 머리가 아프고 토하기까지 한다. 체질보다는 식품의 성질에 따라 몸이 냉하고 속이 찬 경우라면 인삼이 든 삼계탕으로, 열과 땀이 많은 사람은 메밀, 녹두, 수박, 오이 같은 찬 성질의 음식으로 여름을 다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상체질은 주관적인 면이 없지 않으므로 너무 체질을 따져 먹는 것은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주입산 꽃마을한방병원 2내과 과장
요즘처럼 너무 잘 먹어서 병인 사회에 보양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떤 경우엔 담배처럼 백해무익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다만 '신체의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에서 나만의 여름철 보양식은 '청국장 냉 소면'이다. 유기농 재료의 전통음식이야말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보양식이다. 청국장을 조금만 풀어 맑게 끓인 국물을 차게 식힌 뒤 우리밀(통밀)로 만든 소면을 삶아 넣고 얼음을 띄워 먹으면 그만이다. 여기에 오이나 지단을 넣고 식성에 따라 파 마늘을 좀 보태면 다른 조미료는 전혀, 소금조차 넣을 필요가 없다.
콩은 체내의 독소를 없애는 해독기능을 해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혈관 정화는 음식으로 가능한 만성질환 예방의 첫째 가는 방법. 최근엔 콩이 항산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크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적당히 발효된 청국장의 항산화작용은 된장보다 강하다. 또 우리밀은 하얀 밀가루와 달리 해가 전혀 없다. 마늘 역시 소화를 돕고 해독작용, 항산화기능이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콩은 전통적으로 즐겨먹는 식품이라 우리나라 사람이 쉽게 먹지만 드물게 장에서 콩 발효효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설사나 복통이 있는 경우만 피하면 된다.
선 경 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
요즘 사람들은 촌스럽다고 할지 몰라도 내가 가장 즐기는 보양식은 전통적인 보신탕과 추어탕이다. 보신탕은 북한에선 '단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고기 맛이 좋고 소화가 잘 되며, 추어탕은 입맛을 돋구고 단백질 외에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즐겨 먹는다.
특히 심장수술을 받은 나의 환자들에게 개고기를 권한다.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는 야채와 과일, 생선 중심의 식단이 권장되나 심장수술 직후의 환자들은 단백질을 신속히 보충하는 것이 회복에 관건이기 때문이다.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식욕을 잃고, 위장이 헐며, 스트레스로 인한 궤양을 앓기도 한다.
이 경우 병원의 식사나 영양주사로는 영양보충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사골곰탕 개소주 등 동물성 고단백 식품을 권하는데 특히 개고기는 소화가 잘 되고 맛도 담백한 편이라 환자들이 선호하곤 한다. 실제로 몇몇 환자들에게 체내 단백질 정도와 관련된 질소수치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실감하기도 한다.
단 개고기에도 지방이 많아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양을 조금씩 늘려 적응해야 하며, 달일 경우 한약재는 넣지 않는 게 좋다. 기력이 많이 떨어진 노약자에게도 좋은 여름철 보양식이 될 것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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