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0일 주요 현안에 대해 여야가 배당 받은 시간 안에 질의 의원 수를 자체적으로 정해 대정부질문을 하는 '시간총량제' 방식을 처음 실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70분의 질의시간에 8명, 4명씩의 의원을 내세워 노동 정책을 추궁했다.한나라당은 쟁점별로 의원들이 5∼15분씩 자유자재로 질문, 새 제도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민주당은 4명의 의원이 시간을 똑같이 나눠 질의 하던 이전 관행을 되풀이해 대조적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먼저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의 '네덜란드식 노사모델' 도입 발언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 추진이라는 어설픈 정책을 거둬들이라"고 촉구했다. 이승철 의원은 "귤나무를 제주도에 심으면 귤이 열리지만 화북지방에 심으면 탱자가 열리는 법"이라고 이 실장 주장을 비판했다. 민주당 조한천 의원은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은 100년 이상의 노동운동 전통과 바세나르협약 등 대타협 문화에 기초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또 노사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 개입과 노동정책 혼선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현재의 경제·사회 불안은 과격한 노조운동과 정부의 무원칙한 노동정책에서 비롯됐다"면서 "노동전문가 대통령이 집권했는데 과격한 노동운동이 빈발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김학송 의원은 "갈팡질팡 노동정책이 노사관계 불안과 경제위기를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병윤 의원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를 갖고 있는데 산업평화 없이는 경제가 번영할 수 없다"면서 "노조의 경영참여는 함부로 거론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한천 의원은 "특정 현안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개입하면 정부 각 부처는 '열중 쉬어'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건 총리는 답변에서 '네덜란드식 노사모델' 도입 문제와 관련, "그런 것을 우리나라에 직접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 총리는 "(네덜란드식의) 사회적인 합의시스템은 우리가 참고해야 되겠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노사모델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파업기간 중 임금 지급 문제 등을 국제기준에 맞춘 새로운 노사관계 개선대책을 노·사·정 협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완화하되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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