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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삼청교육은 天刑이었나

입력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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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회원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습니다. 달포쯤 되었나, 부산지부장 김해순이 전화로 형님, 나 위자료도 못 받아먹고 죽게 생겼소 하더니, 다음 날 죽었다는 연락이 왔어요.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가보고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그 앞 부산지부장은 소송 낸 다음날 죽었고, 전남 지부장은 지금도 홧술 때문에 정신병원 출입을 하고 있어요"삼청교육피해자동우회 문동수(文東秀) 회장은 이 말을 하면서 '불쌍하다' '비참하다'는 말을 몇 번씩 반복했다. 더 오래 된 4·3 사건도 해결해주면서, 국가권력이 무고한 사람을 잡아다 가두고 폭행을 저지른 그 천인공노할 일을 왜 모른 체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 넘게 보상투쟁을 하느라고 돈은 돈대로 쓰고, 아내를 먼저 보내 딸 집에 얹혀 사는 신세를 한탄했다. 언제 죽을지 모를 여든 넷 나이에 기약 없는 투쟁을 한다고 딸과 사위에게 부담만 주는 미안함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가 지금 혼신의 힘을 다해 매달리고 있는 것은 정부에 삼청교육 피해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다. "정부가 피해보상을 약속하고도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가에 대한 원고들의 신뢰를 깨트렸으므로 국가는 그들의 정신적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2001년 7월 대법원 판결이 자극제가 되었다. 자신의 피해는 물론, 되도록 많은 동지들을 불러모아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데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었다.

몇 건의 판결에 울고 웃는 사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삼청교육의 폭력성과 위법성을 인정했고, 국회와 국방부에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는 인권위원회 결정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국회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한을 품은 채로 죽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통령이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약속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이 방침에 따라 국방부장관이 피해를 신고하라는 신문공고까지 냈던 1988년의 일을 생각하면 이제는 실망할 기력도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89년 11월 여당 의원들 발의로 국회에 상정됐던 피해보상 특별법을 시작으로 14대와 15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률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번번이 계류상태로 있다가 국회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되곤 했다.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느니, 예산사정이 어렵다느니 하는 국방부의 딴죽걸기 때문이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99년 12월 집권당 당직자 보고를 받던 김대중 대통령이 삼청교육 피해자와 해직언론인 등 국가직무상 불법행위를 모두 보상하는 포괄입법을 지시했다. 그래서 새 천년 민주당에 기획단까지 설치되었으나 또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참여정부 아래서는 지난 3월 인권위원회가 국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대규모 인권침해에 마땅히 명예회복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면서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정부와 국회에 공식 권고했다.

기다리다 지친 피해자들이 가두시위 중 자해소동을 일으켜도 관계당국은 아무 반응이 없다. 메아리 없는 진정과 탄원에 지친 피해자들이 찾아가면 국방부는 기다리라는 말 뿐이다.

"나는 살만큼 살았으니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러나 한을 품고 먼저 세상을 등진 아들의 원혼을 죽어서 어떻게 만날지 두렵습니다."

문 회장은 환갑이 지난 나이에 아들과 함께 끌려가 곤봉으로 맞아가며 지옥 같은 8개월을 보냈다. 반 병신이 되어 꼼짝없이 누워 있던 아들이 자살을 하고 난 뒤, 그는 아들의 원을 풀어주려고 이 운동에 매달려 왔다.

4만여 피해자들의 한 맺힌 사연을 외면하는 정부와 국회가 과연 국민을 위한 존재라 할 수 있을까. 두 대통령이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고 고단한 삶을 지탱해 갈 것인가. 차라리 그것이 천형이라면 권리주장을 포기하겠다면서 그들은 피멍 든 가슴을 치고 있다.

cjmoon@hk.co.kr 문 창 재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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