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귀신'이 'IMF 귀신'보다 더 한 놈이라니까. 손님들을 다 잡아갔어."10일 오후 청계4가 신평화 상가 옆 육교 노점. 예전 같으면 손님이 가장 많이 붐빌 시간이지만 커튼을 팔고 있는 이옥순(50)씨는 아직 개시도 못했다며 푸념했다. 이씨는 "'이렇게 장사 안 되기는 6·25 이후 처음'이라고들 한다"며 청계천 주변 상인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청계천 복원 공사가 시작된 지 열흘.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제조업 불경기에다 청계천 복원 공사까지 겹쳐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청계2가에서 30년째 트랜지스터 판매업을 하고 있는 신덕명(48)씨는 "작년 이맘때 하루 100만원씩 매상을 올렸는데 공사 시작과 함께 30만원으로 곤두박질쳐 월세는 물론 종업원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고 혀를 찼다.
평화시장과 동대문종합시장 부근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상인들은 "서울시의 홍보 부족으로 청계천 주변으로는 차가 전혀 다닐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당국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상가 차로변 조업주차장에 대한 엄격한 단속으로 공구상 등 중장비를 취급하는 상인들은 더욱 힘들어 하고 있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정모(56)씨는 "잠시 물건을 싣고 내리는 동안 주차위반 딱지를 떼 버리니 올 손님이 있겠느냐"며 시의 과잉단속에 화살을 돌렸다.
장사를 포기하고 문을 닫는 업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비싼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 상인들이 점포를 내놓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청계8가 황학동 벼룩시장은 사정이 나은 편. 지난 주말 황학동 벼룩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30년째 황학동에서 골동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남(61)씨는 "요즘 이곳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황학동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거지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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