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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지도자의 "진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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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지도자의 "진실성"

입력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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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라크전 승리 후 100일이 지나도록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 지도부가 이라크의 위험을 과장했다'고 주장하는 언론과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블레어는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45분 만에 발사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가 정보를 윤색했다고 보도한 BBC 방송과 일합을 겨뤘지만 판정패했다. 특히 8일 영국 정부가 이라크 WMD 정보를 잘못 처리했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오자 언론들은 앞다퉈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블레어는 "설마 총리가 정보를 조작해 나라를 전쟁으로 내몰았겠는가"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쉽게 수긍하지 않을 태세다.

미국도 이 문제로 난리다. 워싱턴에서는 부시가 1월 의회 연설에서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수입하려 했다는 엉터리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주장한 대목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언론들은 문제의 정보가 이미 작년 3월에 허위로 판명났다고 보도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미 상원도 정보 공개 과정을 전면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딱 떨어지는' 물증이 나올 경우 두 지도자의 자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올 법한 상황이 된 것이다.

부시와 블레어는 숱한 정보를 흘리면서 전쟁을 위한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그 정보들은 자신들의 목을 겨눈 칼날로 되돌아오고 있다. 잠시 국민을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딱히 북한에 대한 송금 문제가 아니더라도 모든 집권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영섭 국제부 기자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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