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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23>"방정리는 여자일?" "자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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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23>"방정리는 여자일?" "자기일!"

입력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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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속에서 근무중'방 정리 안해주면 이혼할래!'

직장인 K는 아내와 대판 싸웠다. 그동안 그런 일이 없던 아내가 1주일 내내 K혼자 쓰는 방을 정리해 주지 않은 것이다. 최소한도 이틀에 한번은 방 정리를 해주는 아내였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1주일 내내 방이 정리되지 않은 것을 알고 K가 출근 직전에 한 마디 했다. "뭐가 바쁘다고 방 정리도 안해? 집에서 별로 할 일도 없는 여자가…."

평소 같으면 웃으며 받아 넘겼거나 대꾸도 않았을 아내가 그날 아침엔 그렇지가 않았다. "자기가 정리하면 안돼? 내가 이 집 청소부야? 자기 전속 청소부 같애?"

이러는 바람에 대판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직장 일에 시달리는 남편 방 정리도 안해 주냐?"와 "고리타분한 소리 그만 하고 자기 방 정리는 자기가 해"라는 아내와 이혼 운운하는 막말까지 주고받게 되었다.

방 정리 문제로 이혼하는 부부도 있느냐는 K의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오랜만에 통쾌한 웃음을 날렸다. 이제 K의 가정이 진짜 가정다운 가정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여자 없으면 쓰레기통!'

부부싸움처럼 조정하기가 어려운 것도 없고, 부부싸움처럼 조정이 쉬운 경우도 없다. 이유가 분명치 않은 싸움이니 조정하기 어렵지만, 이유가 분명치 않은 싸움이니 이유만 찾으면 조정이 쉽다.

K는 판정패 했다. 아내는 결혼 10년 동안 아무 말 없이 그의 방 정리를 해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이 남편을 과보호한다는 의식에 눈을 떴다. 일곱 살짜리 아들에게 "제 방 청소는 자기가 하는 거야!"라고 K가 의젓하게 한 말씀 던지고 출근하던 날부터 "당신 방 청소도 당신이!"라는 외침이 그녀의 마음 속에서 악마의 유혹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

최근에 이 쪽지를 쓰려고 방문한 사무실 30여개 가운데 테이블 위나 서랍 속이 잘 정돈된 사무실은 10개도 안되었다. 그 10개 역시 비서가(꼭 여자인 비서가) 정리해 준 것이지, 본인이 정리한 경우는 3건뿐이었다. 그러니까 직장인의 10%만이 자기 테이블을 자기 손으로 정리하는 셈이다. 집에서는 당연히 아내가(총각 시절엔 엄마가) 정리해 주고 있을 것이다. 만약 아내가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그의 방은 쓰레기통일 것이 분명하다.

쓰레기통이 도깨비굴로 변하면...

기분이 나쁘거나 마음이 블안정할 때 방을 정리하거나 집안 청소를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술 취한 듯 멍하던 머리 속도 맑아진다. 작업환경을 정리하는 것을 보면 일하는 스타일, 또는 심리적 안정성 여부를 알 수 있다. 그가 어떻게 테이블 위를 정리하느냐를 보면, 일에 치열한 관심이 있는지, 단지 하는 척만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무실이건 집이건, 쓰레기통이 되고 나면 손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차라리 두려워진다. 게다가 고분고분하던 아내가 어느날 독립만세를 부르듯 "내가 청소부냐? 직접 하면 안돼?" 하는 날엔 쓰레기통이 도깨비굴이 된다.

그러나 쓰레기통 같은 방도 1주일이면 회장실처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경험담이다. 쓰레기통이 된 다음에 엄두를 안난다고 엄살 떨지 말고 매일 20분씩만 정리하면 어떤 쓰레기통이나 도깨비굴도 회장실처럼 깨끗해진다. 방 정리는 여자의 일이라는 직장인은 쓰레기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업무환경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쓰레기통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더 많다.

/칼럼니스트(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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