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이 어떻게 교육위원의 청탁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충남지역의 한 초등학교장은 "학교에 필요한 물품이나 급식재료 구입 시 교육위원이 전화하거나 친인척이 찾아오면 불이익을 우려해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최근 강복환 충남도교육감과 이병학 충남도 교육위원이 지난 2000년 교육감 선거 때 작성한 '각서'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학습기자재, 급식재료 등을 학교에 납품하는 교육위원 친인척들의 영업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3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병학 교육위원의 친형(48)은 동생이 교육위원에 당선된 이후 과학 학습기자재와 급식재료를 학교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천안지역 교육계에서는 "이씨가 학교 납품업을 시작한 이후 형의 위세로 급성장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양기택 충남도 교육위원회 의장 아들(42)은 지난 6월 수입생선을 국내산으로 속여 관내 50여개 학교 가운데 30여개 학교에 공급하다 불구속입건 됐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양씨의 사업이 아버지가 교육위원장 자리에 오른 후 몰라보게 커졌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들이 양 교육위원장의 입장을 고려해 납품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학습기자재 판매를 하는 전 교육위원 A씨의 아들도 아버지가 교육위원으로 재직 중 여러학교를 방문, "아버지에게 전화 받으셨죠"라며 구매를 강요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교육위원 친인척들이 학교를 상대로 쉽게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교육위원들의 막강한 '파워'때문. 충남도 교육위원은 도내 시·군을 3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로 3인씩 모두 9명을 선출한다. 이들은 도 교육청 예산결산 심의와 교육조례 제정, 행정사무감사 등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이들은 교육감의 지지기반과 중첩되고 출신지 별로 선거권을 가진 도내 7,000여명의 학교운영위원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교육감과 경쟁관계가 될 수 있어 교육감조차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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