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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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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루비

입력
200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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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의 색깔은 그 표현법이 다양하다. 최고급 루비의 색깔은 '비둘기의 피(pigeon's blood)'로 불린다고 한다. 미얀마산 루비 중에 이른바 그 '비둘기의 피' 빛깔이 많다. 이 미얀마산 루비는 다른 어떤 지역의 루비보다도 화려하고 우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비유를 보면 약간 당혹스럽다. 비둘기의 피를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비둘기의 피를 볼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니 이 비유는 신비롭긴 하지만 별 느낌이 없다.루비는 태국이나 베트남, 스리랑카 등지에서도 채굴되는데 태국산 루비는 특이하게도 '쇠고기의 피(beef's blood)'로 불린다고 한다. 덜 익힌 비프스테이크를 썰다 보면 하얀 접시에 번져 나오는 바로 그 색깔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래도 핏물 뚝뚝 듣는 정육점의 살벌한 풍경이 연상돼서 그런지 별로 정이 가지 않는 비유다.

이 세상에는 최고급의 루비를 보며 쇠고기나 비둘기의 피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접시 위의 쇠고기나 길거리의 비둘기를 봐야 겨우 루비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역시 보석은 피보다 귀하고 때론 피를 먹고 자라기도 한다는 오래된 진실을 깨닫게 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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