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골프천재 미셸 위(14·한국명 위성미)는 최근 "너무 이른 나이에 유명해졌다가 조기에 하락세를 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대학에 진학, 다른 인생을 살 면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세계적인 프로골퍼가 되지 못한다면 스탠퍼드대에 진학, 경제학을 전공한다는 게 미셸 위의 계획이다. 미국에서 골프와 학업을 동시에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중·고교 때부터 공부는 제쳐두고 종일 볼을 치는 우리 풍토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운동 선수라고 특별히 봐주는 법이 없어 프로 골퍼와 명문대 학위 취득을 병행하기는 더욱 어렵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26·미국)도 미국 서부지역 명문인 스탠퍼드대에 다니다가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2학년때 학업을 접었다.올해 US여자오픈을 제패, 무명에서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힐러리 런키(24·미국·사진). 스탠퍼드대 석사 출신인 그는 강행군을 해야 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선수로 뛰면서 어떻게 명문대 석사 학위까지 딸 수 있었을까. 프로 골퍼 인생을 뒤늦게 시작한 데다 여러 행운이 겹친 점을 비결로 꼽을 수 있다.
런키는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13세때 골프채를 잡은 그는 대학시절 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지만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그런 탓인지 골프는 직업 보다는 취미로 할 생각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런키의 골프인생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아마추어 선수 자격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기존에는 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만 해도 아마자격을 박탈했던 USGA는 Q스쿨 입상자에게 주는 상금만 받지 않으면 선수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 덕분에 2001년 8월 Q스쿨에 응시, 조건부 시드를 얻었다. 또 매년 1월에 시작되던 LPGA투어가 지난해에는 3월에 막을 올리는 행운도 뒤따랐다. 어려움없이 지난해 초 석사학위를 받고 투어에 합류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국대졸자 초임 연봉에도 못미치는 3만905달러의 상금이 말해주듯 지난 시즌 성적은 형편없었다. 투어 생활을 계속하려면 다시 LPGA 1부 투어 Q스쿨을 거치던가, 2부투어에 진출해야 할 상황이었다. 보다 쉬운 2부 투어 Q스쿨로 진로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결혼식 날짜와 겹쳤다. 결국 지난해 8월 LPGA 1부 투어 Q스쿨에 도전, 올해 풀시드를 따낸 런키는 US오픈이라는 대어를 낚는 행운을 잡았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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