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노교수가 책을 쓴다. 그랬더니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책에 대해 한 말씀 들려달라며 간곡히 출연 요청을 한다. 수업이며 강연이며 바쁘지만 그래도 저자된 도리다 싶어 수락한 노교수가 방송 시간보다 30분쯤 일찍 방송국에 도착한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증 교부를 담당하는 직원이 언제나처럼 "어디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묻는다. 세상 물정은 잘 모르지만 꼬장꼬장한 이 노교수에겐 그 질문이 좀 이상하다.그래서 "아, 사람이 찾아왔으면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어야지, 어디서 왔는지는 왜 묻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러자 귀에 이어폰을 꽂은 남자 직원들이 하나 둘 몰려들어 은근히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앉아서 질문만 하다가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 불쾌해진 직원은 "아, 그래요? 그럼 어디로 가시는데요?"라고 퉁명스럽게 되받는다.
그래서 그 노교수가 "집으로 갑니다"라고 말하고 정말 가버렸다는 이야기다. 자기들이 필요해서 부르고도 그걸 잊어버리는 곳이 종종 있다. 방송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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