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가 BMW에 팔리고 벤틀리는 폴크스바겐으로, 그리고 애스톤 마틴과 재규어까지 미 포드사로 넘어가면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전멸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고 세계 최고급차를 만들던 전통까지 넘어간 것은 아니다. 재규어 뉴XJ가 그 증거다. 재규어 뉴XJ는 한마디로 '첨단 기술로 유지되는 전통'이다.1968년 데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단'이란 명성을 얻은 후 30년이 넘게 7번의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치면서도, 유선형 차체와 곡선미를 강조한 보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고전적 차체 페인트 밑에는 100% 알루미늄 바디라는 첨단기술이 숨어있다. 이 같은 공법 덕분에 차체는 훨씬 커졌지만 무게는 경쟁차종에 비해 200㎏ 가량 가볍다. 무게가 적어지면 연비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제원표에는 2,967㏄ 6기통엔진을 얹은 3.0L 모델의 경우 리터당 9.1㎞를 주행한다고 돼 있다. 경쟁 차종인 아우디A8은 6.8㎞, 벤츠S350은 7.4㎞다. 2,000㏄급인 뉴EF쏘나타(9.4㎞)와 비슷한 수치다.
주행감은 최고급 세단에 걸맞은 수준.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을 채택해 거친 지방도로와 굴곡이 심한 강원도 고갯길을 시속 100㎞ 정도로 달려도 안정된 승차감을 보여준다. 다만 각종 첨단 전자장치를 갖춰 '이동 사무실'을 방불케 하는 경쟁차들에 비해 뒷좌석이 너무 소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판매가(부가세 포함) 3.0L 1억850만원, 3.5L 1억2,200만원, 4.2L 1억3,800만원.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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