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것은 사진인가 그림인가.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71) 작품세계의 비밀이 여기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인은 작가의 딸 베티, 작품 이름이기도 하다. 1978년 리히터는 딸의 사진을 찍었다. 10년 후 그 사진을 그림으로 그렸다. 다시 3년 후인 1991년 그 그림을 다시 사진으로 찍은 것이 이 작품이다.
리히터는 이처럼 전통적 평면 회화에 사진 요소를 도입한 '사진적 회화'로 세계 미술계에서 독창성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단지 기법의 새로움이 아니라 그는 '베티'에서 보듯 회화와 사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간이라는 보다 근본적 요소를 예술에 반영한 작가다. 동독 출신으로 서독으로 이주한 그의 이력은 나치에 대한 기억을 담은 사진회화에서 드러난다.
대림미술관에서 31일까지 열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조망' 전에는 작가가 자선으로 내 놓은 30여 년간의 대표작 27점이 선보이고 있다.
2000년 독일 슈튜트가르트에서 시작, 지난해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에서 커다란 화제를 부르며 격찬을 받은 전시의 세계 순회전이다. (02)720―0667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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