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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演行예술 사라져가 안타까워"/"전통 연행예술과…" 펴낸 고려대 허용호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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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演行예술 사라져가 안타까워"/"전통 연행예술과…" 펴낸 고려대 허용호 연구교수

입력
200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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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하게 무동인형이 등장하는 여수 백초리의 풍물 놀이가 최근 전승이 끊겼습니다. 인형마저 망실됐고요. 전국 곳곳에서 주민과 지방 정부의 무관심 속에 인형 놀이의 맥이 하나 둘 끊어져 가고 있습니다. "허용호(38)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전통극 등에서 인형의 역할에 일찍이 주목한 소장 민속학자이다. 인형과의 인연은 10여 년 전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연스럽게 두레 풍물 굿 탈춤 등 농촌 공동체 문화에 가까워진 그는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인형극의 재미에 끌렸고, '민속학 연구회'라는 대학 동아리 활동을 거쳐 본격적으로 인형 연구 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2월의 고려대 박사학위 논문을 약간 고치고 직접 찍은 사진 자료를 덧붙여 최근 펴낸 '전통 연행 예술과 인형 오브제'(민속원 발행)는 그의 다소 유별난 연구를 한데 모은 책이다.

이 책은 전통 인형극뿐 아니라 마을 풍물놀이나 굿 등에 등장하는 모든 인형을 '오브제'로 파악하고 인형이 등장하는 국내 연행(演行) 전체의 기호학적 의미를 살핀 이 분야에서는 최초의 저작이다. 책의 근간이 된 박사학위 논문으로 올 초 제12회 나손 학술상을 받았다. 나손 김동욱 박사의 유지를 기리기 위한 이 상은 한해 동안 나온 고전문학 관련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최우수 논문에 주고 있다.

"연구 논문을 쓰려고 마음 먹고 전국을 다니기 시작한 건 1997년부터입니다. 40종에 가까운 인형 연행과 130여 종이 넘는 인형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멀리 제주도 칠성새남굿부터 서울 송파산대놀이까지, 서산 박첨지놀이에서 동해안 별신굿까지 인형이 나오는 연행 자리는 빼놓지 않고 다 훑었다.

그가 체계적 인형 연구에 몰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극예술 관련자들이 "우리에겐 인형 연행 전통이 소략(疏略)하다"고 말한다는 점에서였다. '인형 연행은 곧 인형극'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눈을 돌리자 그 동안 인형극으로 불리던 놀이는 물론 무당굿 마을굿 풍물놀이 가면극 등에서 여러 인형 연행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책에서 그는 연행 예술 속의 인형을 어떤 대상을 상징하는 기호라는 틀로 바라본다. 인형이 어떻게 생명을 부여 받으며 기호화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의미를 산출하게 되는지를 분석했다. 연행자(대체로 제작도 병행)들이 인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것을 어떤 대상으로 받아들이는가, 연행을 통해 인형은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 기호로 바뀌며, 연행의 문화적 배경은 어떤가도 주요 관심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인형 연행의 현장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여수 백초리를 비롯해 서해안 섬 지역에서 인형이 등장하는 풍물놀이는 거의 명맥이 끊겼다. 인형을 신으로 대접해 소에 태우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전북 정읍 내동마을 당산제에서도 인형 연행이 중단됐다. "충남 서산 박첨지놀이처럼 잘 보존된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인형 연행 문화가 갈수록 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는 "지역 주민의 관심과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며 "인형 연구자들 역시 전통 인형 연행의 옥석을 가려 문화재로서 보존할 것을 가려내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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