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요청을 받아 불가리아에서 범죄인 인도재판을 받고 있는 김 위원의 아들 정훈(43)씨의 석방을 위해 이수혁 차관보의 급파를 추진했던 것으로 7일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현지에서 대사가 활동 중임에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본부에서 차관보급 고위 관계자를 파견한다는 것은 외교부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 차관보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 때 공동보도문을 조율하고 워싱턴 고위급 회담에 참가한 북 핵 문제의 실무책임자다. 한중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핵 문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기간에 영사업무를 위해 불가리아 파견을 검토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차관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자국민 보호는 외교부의 고유 업무"라면서 "자국민이 제3국(미국)에서의 범죄행위로 인터폴에 수배된 뒤 또 다른 제3국(불가리아)에서 구속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 위원의 요청이 있었지만 '압력'에 따른 것은 아니고, 동계올림픽 유치와도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차관보의 상급자가 지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파행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외교부 안팎에서는 김 위원이 아들의 석방과 동계 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연계해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김 위원의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유치 활동에 나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특히 김 위원의 아들이어서 신경을 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이 여러 차례 윤영관 외교장관에게 고위급의 불가리아 파견을 요청했다"면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에게는 오래 전부터 그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실무선에서 검토를 진행하다 파기한 것"이라며 어느 선에서 이 차관보의 파견을 결정하고 지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상식 밖의 요구를 한 김 위원과 더불어 원칙 없이 이 같은 요청을 수용하려 했던 정부도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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