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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우익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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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우익의 반격?

입력
200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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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에서 가장 잘못 사용되는 용어 중 하나는 보혁구도라는 말이다. 이 말은 1987년 양김의 분열 이후 정치적 색깔을 달리하는 세력들이 양김에 대한 친소관계에 따라 동거하자, 이것이 보수와 혁신의 구도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비판과 함께 나온 표현이다. 한마디로 현재 한나라당의 민정계와 자민련 등 과거의 군사독재세력이 보수이고, 김대중 정부로부터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민주화운동과 민주야당 출신세력이 혁신내지 진보라는 주장이다.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왜냐하면 보수는 단순히 극우 반공주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진보는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과 사회민주주의 내지 사회주의 등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보수는 군사독재시절 자유민주주의 탄압에 여념이 없었던 민정계나 자민련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양김과 민주야당세력이다.

참여정부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보가 아니라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 즉 개혁적 보수이다. 그리고 진보세력은 참여정부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과 같은 세력이다. 다르게 말해, 민정계 등은 아직도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사상의 자유 등에 대해 반대한다는 점에서 보수가 아니라 오히려 수구에 가깝고, 보수라고 봐주더라도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와 같은 개혁적 보수와는 다른 냉전적 보수이다.

결국 최근 민주노동당의 성장 등으로 보수일변도의 한국정치에도 비로소 민정계 등의 냉전적 보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개혁적 보수(개혁적 자유주의),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라는 이념적 3각 구도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사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 등 민중연대를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운동의 개혁적 보수세력에 이어 자유시민연대와 같은 우파 시민단체들에 의한 냉전적 보수라는 3분 구도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목할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흔히 우익이라고 부르는 냉전적 보수세력이 빠르게 조직화·정치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은 극우냉전이념의 천국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따로 조직화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탈냉전과 민주화에 의해 극우냉전적 이데올로기가 약해진데다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대선에서 연이어 승리하자 이를 진보좌파세력의 집권으로 착각하고 위기의식을 느껴 조직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평화반전시위에 대항해 북한의 김정일체제와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대규모 반핵·반김 시위가 계속 열리는가 하면 전교조에 반대하는 안티전교조 조직까지 출범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진보세력이 인터넷신문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선점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하고 냉전적 보수를 대변하는 대안 인터넷신문을 만들려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우익의 조직화·정치화는 좌·우익 모두 노무현 정부를 양쪽에서 압박해 샌드위치를 만드는 형국을 조성함으로써 정부의 운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 사회가 다양한 이념의 경쟁을 통해서 발전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이념에 동의하느냐와 상관없이 우익의 조직화· 정치화는 바람직한 측면이 적지 않다. 단, 다음 두 가지를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선 냉전적 보수세력의 우려와 달리 노무현 정부가 진보는 아니며 아직도 한국의 진보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한국에서는 국가보안법이 버젓이 존재해 진보의 한 손을 붙잡아 매고 있기 때문에 이념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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