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젠화가 졌다!"둥젠화(董建華·66·사진) 홍콩 특별행정구(SAR) 행정장관이 7일 국가안전법의 입법을 연기하겠다고 돌연 발표한데 대한 홍콩 언론의 평가다.
둥 장관은 이날 새벽 1시57분 심야에 전격적으로 성명을 발표,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해온 국가안전법 제정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결정이 예정에 없이 내려진 탓인지 그와 각료들은 양복에 넥타이도 매지 않은 채 성명 발표석상에 나왔다. 이는 그동안 입법을 찬성해온 친정부 성향의 톈베이쥔(田北俊) 자유당 주석이 6일 반대로 돌아섰기 때문에 취한 고육지책이다.
홍콩에서 법률안은 총의석 60석의 입법회에서 과반수를 얻어야 통과된다. 국가안전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법위원 60명 중 23명이 반대의사를 밝힌 터라 자유당 위원 8명이 가세하면 통과는 불가능하다.
둥 장관의 9일로 예정된 입법회 표결에서 법안이 부결될 경우 초래될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위해 입법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하루 전까지 "내용을 수정해서라도 입법을 강행하겠다"고 강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다.
홍콩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둥젠화 행정부는 권위와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통치가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97년 주권반환 이후 시작된 둥 장관의 집권 기간 동안 홍콩경제가 지속적인 침체를 겪어온 터라 이번 사태는 더 큰 감점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파문은 둥 장관이 홍콩경제 부흥을 위해 중국과 지난달 30일 체결한 자유무역지대의 정치적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홍콩과 중국이 국가안전법 제정과 자유무역지대 체결을 막후에서 맞바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홍콩 주민들이 국가안전법의 일부 조항이 기본권 억압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은 중국의 입김에 대한 반발이 큰 작용을 했다.
둥 장관의 패배는 그의 후원자이자 입법을 찬성해 온 중국 정부의 패배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둥 장관의 정치적 상처를 떠안게 된 중국 정부가 그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 "국가안전법"이란
문제가 된 '국가안전법'은 헌법 격인 '홍콩 기본법'의 23조 규정에 따라 홍콩정부가 의무적으로 제정하도록 된 것이다.
23조는 국가안전법이 국가분열, 국가기밀 절취, 정치성을 띤 외국조직의 홍콩활동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정부가 최근 내놓은 국가안전법 초안은 여러 조항의 내용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인권을 억압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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