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 말 이후 7개월여 만에 700선을 넘어서면서 본격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북한 핵 위기 등으로 올 3월 중순 510선까지 추락했던 증시가 4개월 만에 200포인트 가량 상승하며 단숨에 심리적 '안도선'인 700선을 돌파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증시를 700선으로 끌어올린 것은 순전히 '외국인의 힘'이었다. 세계적인 저금리와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증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정보기술(IT) 주식 매수로 이어졌고, 국내 투자자들의 경기 침체 및 금융 불안 우려 등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외국인들은 5월말 610선에서 본격적인 매수를 시작, 5월 6,880억원과 6월 2조3,415억원 순매수에 이어 7월 들어서도 7,562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는 등 3개월 만에 3조7,000억원 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중요한 '분기점'인 700선대에 안착한 만큼 앞으로 추가상승 여부는 국내 유동성의 향배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기관과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활발하게 들어오고 있고,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낙관론자인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임송학 이사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외국인 매수세는 다소 주춤해지겠지만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하반기 미국경제 회복이라는 증시 상승 배경은 변함없다"며 "단기적으로 쉬어가거나 일시적 조정을 받겠지만, 국내 자금이 증시에 본격 유입될 경우 하반기 900선까지 도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수 700은 바닥에서 30% 이상 쉬지 않고 오른 수치인 만큼 추가 상승은 다소 제한적이더라도 증시가 상승쪽으로 큰 방향을 튼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정의석 부장은 "외국인의 글로벌 유동성과 미국 증시 동조화에 따른 '해바라기'현상으로 올라가는 장은 780선까지 가능하다"며 "지수 700선 언저리에서 펀드 자금을 환매해간 국내 투자자들도 730∼750선에서는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700선 회복과 안착은 국내 유동성을 움직이는 시그널"이라며 "증시가 양호한 조정을 보이고 개인과 기관의 국내 유동성이 증시로 움직일 경우 지수가 다시 한단계 레벨업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 경기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뚜렷한 신호가 확인되지 않은 점은 부담이다. 현대증권 정태욱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과거에는 유동성 증가로 인한 상승 장세가 되면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이로 인해 순환적인 대세장이 펼쳐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고객예탁금이 증가하지 않는 등 국내 투자자들이 반신반의 하고 있어 향후 적극적인 추격 매수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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