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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박사의 삶과 性 / 長壽는 밤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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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박사의 삶과 性 / 長壽는 밤에 달렸다

입력
200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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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인류의 화두는 '장수'라고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다. 진시황의 불로초나 서양 연금술사의 불로장생비법 등은 장수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의학이 발전하면서 오래 사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장수와 함께 '질(質)'을 중요시 한다. 삶의 질에는 경제력, 가족관계, 결혼, 취미, 사회적 지위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섹스만한 게 없다.옛날에는 나이가 들면 성기능은 당연히 사라지는 것으로 여겼다. 섹스를 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시 했고, 더욱이 섹스를 할 수 있어도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섹스에 대한 이런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개봉되어 화제를 일으켰던 영화 '죽어도 좋아'가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던 것은 노인의 성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노인이 성생활을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40∼70대 연령층의 52%가 여러 형태의 발기장애를 갖고 있으며 여성도 다양한 형태의 성기능 장애가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노화는 성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성적 자극이 와도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은 발기하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보다 더 강한 자극과 시간이 필요하며 발기가 되어도 크기와 강직도가 떨어진다. 또한 혈중 남성호르몬이 나이에 따라 떨어져 성적 관심이 줄어들고 사정할 때 정액량이 적어지며 극치감 역시 줄어든다. 아침 발기와 저절로 일어나는 발기가 없어지기도 한다.

여성은 폐경 이후에는 성생활을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성생활을 피하거나 배우자의 건강을 염려하여 잠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이러한 나이에 따른 변화를 성기능 상실로 판단하고 성생활을 피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노년기의 섹스는 남녀 모두 지나치지만 않으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남성은 규칙적인 성생활로 음경의 퇴화를 늦춰 발기부전을 예방하고,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며, 고환 위축을 예방하여 남성갱년기에 빠질 위험을 줄여준다. 여성도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고 일부에서는 심장질환을 줄여 준다고 한다. 또한 남녀 모두 뇌를 자극해 노화와 치매, 그리고 건망증 등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성행위시 뇌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은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우울증, 무기력, 의욕저하 등을 치료하는데도 효과가 높다고 한다.

최근 한 조사는 60세 이상 남녀 10명 중 7명이 '노인에게도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성생활을 하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삶의 만족도가 월등히 높았다고 밝혀 섹스가 건강과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반증하기도 했다. 건강과 장수를 바라면 밤에 충실하자. 값비싼 보약과 영양제 보다 규칙적으로 섹스를 즐기는 것이 더 좋은 명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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