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대명사인 영국 BBC방송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 전쟁 보도의 공정성을 놓고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BBC 이사회는 6일 "BBC가 전쟁에 반대하는 편견을 갖고 이라크 전을 보도했다는 블레어 총리의 공보책임자 알라스테어 캠벨의 비난은 취소돼야 한다"며 일전 불사를 선언했다.
이는 의회가 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 공개의 적정성을 가리는 청문 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앞서 나온 것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보도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이번 파문은 5월 29일 BBC 앤드루 길리건 기자가 "캠벨이 지난해 9월 이라크가 45분만에 생화학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보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윤색하도록 정보 당국에 요구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전쟁 내내 반전 성향의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던 BBC에 불만이었던 총리실은 문제의 보도 후 캠벨이 의회 증언대에 서는 수모를 당하자 BBC에 사과를 요구했다.
자신의 도덕성과 직결된 이 사안에 대한 블레어의 입장도 강경하다. 그는 "총리실이 정보를 왜곡·과장 했다는 보도는 총리의 인격과 존엄을 심각히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회는 7일 정부가 이라크 WMD 위협을 드러내기 위해 '45분 이내에 생화학 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며 과도하게 부각하고, 인터넷에 게시된 대학원생 논문을 표절하는 등 부적절하게 취급했다. 하지만 의회는 캠벨이 윤색을 지시했다는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관련자들은 정부 발표 전 캠벨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1차 합동정보회의에서 문제의 정보가 이미 당국자들 사이에 회람됐고, 2차 회의에 참석한 캠벨이 "정보가 국민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작성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의회에서 증언했다.
하지만 BBC는 "길리건의 당시 제약 조건 등을 감안하면 그의 보도는 공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진실 보도를 위해서는 오류가 끼어들 여지마저도 허용돼야 한다는 언론 자유론이다.
이번 파문은 정보접근이 완강히 차단되는 전쟁보도의 한계를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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