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열풍이 증시를 달구고 있다.최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M&A를 소재로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넥스텔(26%), CKF(69%), 가산전자(33%)등 M&A 계획을 발표한 기업이나 다른 기업에 인수당하는 기업의 주가가 발표일로부터 1주일 사이에 크게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A에 대한 지나친 맹신으로 소문만 믿고 투자했다가 M&A가 불발되며 손실을 보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
교육·게임·인터넷, M&A 주도
시장의 핵심 테마로 떠오른 M& A 열풍의 중심에는 게임과 교육·인터넷 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정보기술(IT) 경기의 차별화로 통신·시스템통합(SI) 업계는 오랜 침체로 자금이 바닥난 한계기업이 늘어난 반면, 교육·인터넷·게임 업계는 시장확대로 오히려 수익성이 높아져 기업 인수를 통한 사업확장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교육열에 힘입어 날로 늘어나는 학원·학습지·인터넷 교육 시장을 겨냥해 신사업을 준비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장외기업인 이보영아카데미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코스닥등록기업이자 정보기술(IT) 전문 교재업체인 영진닷컴의 지분 15.7%를 매입하며 2대주주로 올라섰고 코스닥등록 인터넷교육사이트 운영업체인 에듀박스 지분 12.39%도 장외매수해 2대 주주가 됐다. 덕분에 에듀박스의 주가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36% 올랐으며 영진닷컴은 지난달 27일이후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70%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코스닥 등록 인터넷교육업체인 한빛네트도 이달 3일 게임업체인 가로세로를 인수한다고 발표해 주가가 약 8% 상승했다. NHN과 다음 등 인터넷업체와 예당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도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해 게임·교육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왜 M&A인가
M&A 관련주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향후 차익실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M&A주들은 사업확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게 된다"며 "2000년에 코스닥지수가 연초대비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을 때에도 M&A 관련주들의 주가는 평균 95%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적대적 M&A의 경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주들간의 지분경쟁으로 주가 상승이 더 가파르다.
정부 정책도 M&A 관련주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M&A 활성화를 위해 합병조건 및 주식교환시 양도소득세 완화, 전용 펀드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특별조치법을 이달중 개정, 공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탄탄한 장외 기업이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하거나, 수익성 높은 상장·등록 기업이 사업 확장을 위해 장외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벤처캐피탈이나 벤처컨설팅업체들이 동종 업종간 기업 인수합병을 주선해 시너지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부작용 주의
그러나 모든 M&A주가 돈을 벌어주는 화수분은 아니다. 향후 시너지 효과에 의문이 들거나 추진 계획이 불투명할 경우 오히려 주가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상장기업인 웅진코웨이의 경우 지난 1일 중소가전업체인 두원테크를 9월께 합병해 소형 생활가전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신규 사업에 대한 불안감을 표명한 증권사의 보고서가 나와 주가가 발표 당일에만 0.66% 오르고 2∼4일까지 약 3% 하락했다. 또 아이디씨텍과 인프론테크는 M&A 계획을 발표한 뒤 인수자측에서 수십억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터져 M&A자체가 무산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도 "M&A관련주는 초기에 알기 어렵고 시장에 공표된 뒤에는 매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경험법칙을 감안할 때 무분별한 투자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