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조개구이집을 기억하십니까?"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라면소비가 늘고, 맥주 대신 소주가 많이 팔리는 등 최근 소비패턴은 전형적인 불황기에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 중 하나가 외식비. 그러나 푸짐한 메뉴를 5,000원 미만에 제공하면서 '제2의 조개구이 신화'에 도전하는 신종 외식 아이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명동 명물 빨계떡 체인화
신촌에서 '틈새라면'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시영(38) 사장은 저렴한 라면에다 빨계떡(빨간 계란 떡라면·3,000원), 계떡(3,000원), 러브주먹밥(2,000원)과 같이 개성있는 메뉴들을 추가해 유행에 민감하지만 주머니는 가벼운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3,000만원을 들여 10평 규모 점포 마련했고, 아내·장모 등과 함께 운영하면서 불황 중에도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장 사장은 "이미 단골 손님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이웃 음식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값싼 메뉴, 맛과 정성이 담긴 서비스가 필수적"이라며 "까다로운 젊은층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언제나 긴장상태"라고 말한다.
틈새라면은 원래 '명동 빨계떡'을 대표메뉴로 제공하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중국인들의 필수관광코스에 낄 만큼 유명한 라면전문점이다. 23년간 명동의 명물이었던 틈새라면이 올 초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이미 20여 곳의 가맹점을 갖췄다. (02)3275-5777
3,500원에 꼬치와 생맥주
지난 해 인기를 끌던 숯불바비큐치킨 전문점이 한 동안 침체를 겪다, 저가형 신제품을 출시하며 매출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 '바비큐 보스치킨' 화곡점주 진호선(34)씨는 "3,500원만 내면 푸짐한 왕꼬치 숯불 바비큐와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먹을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해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말한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생맥주 매출이 상승하는데다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저렴한 숯불 바비큐 치킨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바비큐 보스치킨은 육가공 공장을 소유한 대대푸드원이 운영하는 중저가형 브랜드로 현재 전국에 300여 곳의 가맹점이 영업중이다. 1588-5592
낙지를 5,000원에 제공
'낙지 한마리+수제비+야채비빔밥'을 5,000원에 제공하는 음식점도 등장했다. '팔미 낙지한마리 수제비' 함순종(42) 대표는 "불황일수록 싸고 푸짐한 음식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수제비라는 메뉴가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안겨주고, 젊은이들에게는 색다른 별미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음식점의 강점은 수제비에 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주는 넉넉한 인심. 여기에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보리밥, 야채비빔밥이 추가된다. 그렇게 주고 5,000원을 받는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80여개 가맹점을 모집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브랜드의 일산 본점(매장 50평규모)의 경우 월 9,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031)907-9892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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