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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끝 찡한 "여름향기" 안방 파고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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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끝 찡한 "여름향기" 안방 파고들까?

입력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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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 전해오는 속설(俗說) 중 하나. '세 번 연속 히트하는 드라마 연출자는 없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의 김종학 PD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 번째 내놓은 '백야 3.98'에서 그는 아쉽게도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다.'가을동화' '겨울연가'로 스타 연출자로 떠오른 윤석호 PD가 신작 '여름향기'(7일 첫 방송)로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4일 시사회에서 먼저 맛본 '여름향기'는 운명적 사랑을 아름다운 영상 안에 녹여내 시청자의 가슴에 울림을 준 '윤석호'표 러브 판타지의 공식을 그대로 이은 작품이다. 심장이식 수술로 새 삶을 사는 혜원(손예진)이 심장 기증자의 애인 민우(송승헌)를 만나면서 가슴 콩닥거리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운명적 사랑에 이끌린다는 게 이야기의 중심 뼈대다.

윤 PD는 "사랑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시대에 가슴으로 하는 운명적 사랑의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 속에서 우연히 만나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혜원과 민우가 사랑과 커피의 공통점에 대해 나누는 대화나 여우비가 내리는 날 '호랑이가 장가 갔나, 여우가 시집갔나'라고 말하는 순간 젊은 남녀가 마치 주술처럼 사랑에 빠지는 설정 등은 윤 PD의 소녀적 취향을 느끼게 한다.

'느낌'(1994년) 이후 독특한 영상미를 추구해 온 윤 PD가 완벽한 화면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은 곳곳에 보인다. 오대산, 덕유산의 울창한 삼림부터 보성의 차밭까지 화면 가득 채워진 녹색은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녹색은 젊음의 풋풋함과 향그러움을 상징하는 색깔. "늦봄과 초여름의 연록색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는 윤 PD는 "산속 오지를 찾아 다녀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색감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6m 길이에 360도 회전 가능한 특수촬영장비 '지미 집' 카메라로 잡아낸 오대산 향적봉 정상 등 빼어난 화면도 많다. 1.2톤이나 되는 '지미 집' 장비를 12명이 나눠 100㎏씩 짊어지고 산 정상까지 올랐다. 송승헌이 우산을 쓰고 보성 차밭을 내려오는 장면을 찍을 때는 소품팀이 하얀색 우산을 구하기 위해 무려 4시간이나 시골장터를 헤맸을 만큼 영상미에 대한 윤 PD의 고집은 화면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윤 PD는 "아름다운 자연을 느림의 미학으로 촬영해 한여름 밤 무더위에 시달리는 안방극장에 휴식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름향기'는 회당 제작비 1억8,000원이라는 물량 공세를 택했다. 휴대폰 단문메시지 서비스 및 동영상 광고, 스포츠지 전면 광고 등을 통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지만 현재 동거를 소재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옥탑방 고양이'와 시청자 층이 겹쳐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스타일리스트 윤 PD에게는 '나만의 스타일을 이어가는 것'이겠지만 시청자에게는 비슷한 소재의 반복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20회까지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여름향기'는 벌써부터 동남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수출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대만의 한 회사는 방영 전 이미 판권을 사들였으며 가격은 회당 1만5,000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도 관심을 갖고 판권 계약에 나서 있다. 또 한국관광공사가 2억원을 지원해 6개국 46명의 해외 언론사 기자를 초청하고 '여름향기' 붐 조성에 나선 것도 방송가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7일 모습을 드러내는 '여름향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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