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과 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 협의회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협상안 마련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한국 정부는 '새로운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 북한 협상의 전제 조건에 완강한 미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리려 했지만 미국은 관련 부처간 협의를 이유로 즉답을 주지 않았다. 3국간 대북 포괄 협상안 마련과 4월 베이징(北京) 3자 회담을 잇는 후속 회담의 성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다자 회담의 형식
회의에 참석한 정부 당국자는 3일 "북한의 5자회담 수용을 전제로 하고 협의를 진행했다"며 "회담의 형식에 대해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선 양자회담 후 다자회담' 주장을 미국이 수용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입장은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선명하게 확인됐다.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우선 3자회담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5자회담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를 절충해 보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은 회담 형식에 탄력을 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워싱턴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국무부 관리들에게 북한측 타협안인 남북한 미·중간 4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외교 당국자는 "그런 제안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중국측이 "회담의 형식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그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북한 핵 회담에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 회담을 제의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다자 회담의 내용
3국은 이번 협의에서 북한이 5자회담에 응할 경우 공동의 협상안으로 대응하자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봤다. 그러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각국간에 입장차가 드러난다.
미국은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하는 협상의 전제조건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한국과 중국은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쪽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과 경제협력, 에너지 제공 등 약속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특히 '북한의 핵 폐기'와 미국의 체제보장을 동시에 교환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의 제안을 미국이 경청했다"며 "그러나 이 제안이 북한 핵 협상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미국이 각 부처의 안을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만 확실한 상황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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