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 상황이 10년 전 아프리카에서 에이즈가 크게 번지던 때와 비슷하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3일 경고했다. 중국과 인도의 에이즈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세계 보건 관련 기관에서 경고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도 체계적인 대비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줄리 거버딩 CDC 소장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전염병 관련 국제회의에서 "캄보디아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 공공 의료체계가 완비되지 않아 에이즈가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가 이 같은 상황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에이즈 감염자가 폭증하는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거버딩 소장은 이어 "이 지역들은 10여년 전 아프리카의 상황과 흡사하다"고 강조, 시급한 대처를 촉구했다. 캄보디아도 에이즈 확산 위험국으로 거명된 반면, 태국은 통제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 에이즈퇴치계획(UNAIDS)에 따르면 전 세계 에이즈 감염자는 약 4,200만명, 사망자는 지난 20년 간 약 2,500만명에 달한다. 감염자 중 2,940만명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분포하지만 중국의 에이즈 감염자는 90만∼150만명, 인도는 약 400만명에 이른다. 캄보디아는 성인 인구의 2.6%인 약 15만8,000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지금과 같은 감염 속도라면 2010년까지 전 세계에서 4,500만명이 추가로 에이즈에 감염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같은 기간에 감염자 수가 1,000만명, 인도는 2,000만∼2,500만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잭 조우 미 보건부 부차관보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에서만 2010년까지 에이즈 감염자가 8,000만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 에이즈가 확산되는 것은 이번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취약한 의료시스템 때문이다. 마약 주사기 재사용, 비위생적인 수혈과정 등을 통한 감염과 함께 성 접촉에 의한 감염도 크게 늘고 있는데 윤락과 동성애가 널리 퍼져 있는 상태에서도 이를 공론화하기를 꺼리는 소극적인 아시아 국가들의 태도 또한 에이즈 예방에 걸림돌이다.
유엔은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에이즈 신규 감염자가 100만명 이상으로 전체의 5분의 1을 넘어섰다"며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아시아에서 에이즈가 계속 확산되면 곧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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