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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나무

입력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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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발행·8,000원베르나르 베르베르(42)는 자신의 글쓰기가 모든 장르로부터 힘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힘을 준 선배 작가들로 필립 K.딕과 아이작 아시모프, 에드가 앨런 포, 구스타브 플로베르 등 온갖 장르의 작가들을 아울렀다. 단편집 '나무'는 그 선배들 중에서도 K.딕이나 아시모프 같은, 미래를 꿈꾸는 상상력의 힘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의 그늘이 짙다.

소설집으론 처음이다. 그는 대중에게 좀더 인기있는 분야인 장편소설 5권과 에세이 2권을 냈다. "장편 '개미'를 발표한 뒤에 이야기를 빠르게 지어내는 능력을 유지하고 싶어서 매일 저녁 한 시간을 할애하여 단편소설을 썼다. 그럼으로써 오전 내내 '두꺼운 소설'을 쓰는 데서 오는 긴장 상태로부터 벗어나곤 했다."

단편은 고도의 언어 밀도가 요구되는, 지극히 문학적인 분야로 알려져 있다. 기성 문단의 '바깥'에 있는 이 소설가가 쓴 단편은 그러나 문학적인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무한히 상상할 수 있는 미래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꿈에서 '만약'으로 시작되는 글귀가 잎사귀에 가득 적힌 나무를 보았다. '만약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만약 어떤 고기를 먹는 사람들 모두가 그 고기 때문에 똑 같은 질병에 감염된다면' '만약 우리 뇌를 컴퓨터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등등. 나무가 자라 가지와 잎이 퍼져나가면서 '만약…'이 현실이 되는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 가능성의 나무가 있다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폭력이 방지되고 다음 세대의 행복이 보장될 것이다. 이 '가능성의 나무'는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미래에 대한 가정을 입력해서 인간 사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꿈은 "과학과 소설을 맞닿게 하는 것이 바람"이라는 베르베르다운 발상이다.

"그들은 커다란 둥지를 지어냈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며, 그들 특유의 지절거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의사소통 체계도 갖추고 있다. 그들이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종잇조각을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애완 인간'을 기르던 외계인이 어느날 발견한 '야생 인간'의 관습이다.

낯선 눈으로 본 우리 종(種)은 확실히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외계인이 보기에 이상한 인간의 관습 하나. "날씨가 매우 더운 계절이 되면 그들은 물이나 숲이 있는 지역으로 대거 이동한다. 이 이동은 대단히 느리게 진행된다. 그들은 바퀴가 달린 금속제 교통수단에 갇힌 채 몇 시간에 걸쳐 느릿느릿 나아간다(인간의 수컷을 한동안 자동차 안에 있게 하면 수컷은 털로 덮인 얼굴을 밖으로 내밀기 십상이다.)" 하기야 인간들은 "도대체 이 고생을 하면서 여름 휴가를 가야 하나"라고 툴툴대면서도, 여름철만 되면 악을 쓰고 휴가를 떠나니 이상한 일이긴 하다.

이야기 18편이 모두 기발한 것은 아니다. 영화와 TV 시리즈, 선배 소설가들의 작품 속 상상력에 비해 새롭지 않은 것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빨리 읽히면서 지나치게 무겁지는 않은 성찰을 던진다는 점에서 베르베르의 개성은 살아 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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