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국제포럼 지음·이주명 옮김 필맥 발행·1만5,000원좋든 싫든 세계화는 대세다. 오늘날 지구촌의 가장 궁벽한 오지조차 세계화의 물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다. 지지자들은 세계화가 결국은 성장과 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묻는다. 누구를 위한 성장이고 부인가. 세계화는 지구의 진정한 부를 파괴하고 환경을 해치며 빈부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세계화 지지자들은 반대 진영을 비난한다.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일삼는 이기적이고 무식한 불만세력'이라고.
이 책은 그런 비난에 맞선다. 지금과 같은 기업 주도형 세계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다. '세계화에 관한 국제 포럼'(IFG : International Forum on Globalization)의 핵심 이론가와 활동가, 학자 등 19명이 공동으로 썼다. IFG는 반세계화 진영의 대표적 국제 연대조직. 25개국 60여 시민사회단체가 여기에 참여, 세계화에 따른 문제점을 폭로하고 세계화 과정을 역전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IFG의 '대안 태스크포스'가 1999년부터 3년간 공동 연구와 토론을 거쳐 2002년 11월 펴낸 보고서다. 세계화에 대한 막연한 비판을 넘어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필진에는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기'로 잘 알려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도 들어 있다.
저자들은 기업 주도형 경제적 세계화는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어서 지속될 수 없지만, 세계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들려면 세계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세계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하며, 각국 국민은 어떤 행동과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오늘날의 기업 주도형 세계화는 '사람의 민주주의를 돈의 민주주의로 대체하고, 자율적으로 조정되던 시장을 중앙계획적 기업 경제로 전환시키고, 다양한 문화를 탐욕과 물질주의 문화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본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경제의 정의, 기업과 성장보다 인간과 생태를 중시하는 세계화다. 따라서 착취적 성격을 띠는 자유무역에는 반대하지만 빈곤층과 사회 전체의 경제 여건을 개선하는 공정무역은 지지한다. 이를 위해 세계의 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의 이익에 봉사하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 등 브레튼우즈 기구를 폐지하고, 대신 유엔을 더욱 민주적 국제기구로 개혁한 다음 유엔 체제 아래 세계 지배구조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지역공동체와 지역기업, 지역경제를 강화해 획일적 세계화 압력에 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세계 각지에서 펼쳐온 저항 행동과 대안 모색의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다자간투자협정(MAI)에 맞서는 캐나다의 시민청문회 활동, 독재자 피노체트가 축출된 뒤 칠레에서 추진된 '지속가능한 칠레 프로젝트', 브라질 쿠리치바시의 생태도시 실험, 쿠바 정부의 유기농업 장려정책 등이다.
이 책은 오늘날의 세계화 체제와 정책이 지닌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고, 세계 시민의 힘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자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어 일독할 만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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