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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늘을 나는 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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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늘을 나는 수레

입력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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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훈 지음 솔 발행·9,000원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중국 주나라 목왕 시절의 일이다. 신기한 것을 좋아하던 목왕에게 신하들이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한 장인을 소개했다. 그는 인형을 가져왔다. 입술을 움직여 노래하고, 손을 젓고 발을 구르며 춤을 추고, 심지어 궁녀들에게 유혹하는듯한 눈짓을 하는 등 아무리 봐도 살아있는 사람 같았다. 놀라워하는 목왕 앞에서 장인은 인형을 해체, 가죽과 나무로 만든 물건임을 보여줬다. 다시 조립하자 인형은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즘으로 치면 인조인간이었던 셈이다.

공상과학 영화에 어울릴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중국 고대 문헌인 '열자'에 나온다. '하늘을 나는 수레'는 고대 중국인들의 과학적 상상을 옛 문헌에서 찾아내 소개한 책이다. '산해경' '박물지' '회남자' '태평광기' 등 고대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씌어진 중국의 옛 문헌을 뒤져 찾아낸 이야기들은 인조인간뿐 아니라 오늘날 현실화한 비행기나 컴퓨터, 여전히 탐구 대상으로 남아있는 시간여행과 UFO 등을 연상시키는 것들이어서 흥미를 자아낸다.

동력을 갖춘 기계장치로서의 비행기에 대한 상상은 기원전 3세기에 벌써 등장한다. '이원'이라는 책에 나오는 나무 백조 이야기다. 공자의 고국인 노나라에 공수반이라는 명장이 있었다. 그의 재주가 널리 알려져 초나라에 불려가 무기 개발을 맡게 됐는데, 왕이 허락하지 않아 1년 넘게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궁리 끝에 나무로 백조를 만들었다. 두 날개를 쭉 펴고,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하고, 방향 조정 장치까지 갖춘 이것을 타고 밤에 몰래 고향집으로 날아간 그는 아내를 만나고 다음날 아침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젊은 중문학자인 지은이는 과학기술이 서구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과학적 상상과 실제는 차이가 있다. 상상은 발명의 씨앗이 될 수 있지만, 거기서 반드시 싹이 트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이 근대 과학을 발달시키기 훨씬 전 아득한 고대에 중국인들이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에서 과학적 상상을 전개시켰다는 사실은 놀랍다. 나침반과 화약, 종이를 발명해 인류의 역사를 진전시킨 중국인들의 저력이 뿌리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고졸한 한문 문장을 요샛말로 경쾌하게 바꿔 옮기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소설처럼 이야기를 꾸미기도 하는 등 재미있게 말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어법에 안맞는 문장과 오자가 눈에 띄는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에 흠을 남기고 있어 아쉽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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