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부 내용이 공개된 대북 비밀송금 특검 수사기록에는 송금을 전후한 현대와 정부측의 구체적인 행태가 기술돼 있다.박지원-이익치-김영완 수시 접촉
박 전 실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하모(31)씨 수첩에는 2000년 6월부터 11월 사이에만 3차례 김씨 이름이 등장한다. 6월22일 메모에는 '김영완 회장(내일 오전에 조찬 끝나고 잠깐 뵙자고 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김씨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고, 7월22일 메모에도 '8월11일 12일 13일 체크인. Suite1, 일반방1? 김영완 회장'이라고 적혀 있다. 특검팀이 2000년 6월16일∼7월22일 사이 메모와 11월치 일부만 압수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두 사람의 접촉은 훨씬 빈번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 역시 7월3일, 6일, 22일 등 한 달새 3차례나 연락처와 함께 이름이 기록돼 있다. "이 전 회장은 예비접촉 과정에서 얼굴만 잠깐 본 정도"라는 박 전 실장의 주장과 달리 세 사람의 빈번한 접촉은 150억원 수수를 둘러싼 의혹을 더 짙게 하고 있다.
송금 및 산업은행 대출 전말
기록에 따르면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000년 5월31일 박 전 실장으로부터 현대 지원을 요청 받고 금리가 싼 남북경제협력기금으로 지원할 것을 제안했으나 "국회동의 절차 때문에 곤란하다"는 박 전 실장의 반대로 산업은행 대출을 지시했다. 같은 해 6월2일 이 전 회장은 김충식 당시 현대상선 사장을 불러 "2억 달러를 급히 정부 용도로 써야 한다. 정부에 빌려주는 돈이다. 대통령이 북한에 가는데 이거 안하면 안 된다"며 산은 대출 신청을 요구했다. 김 전 사장이 난색을 표하자 이 전 회장은 "당신이 국가적 대사를 그르치려고 그래? 분명히 정부에서 갚아주는 돈인데 왜 그래?"라며 다그쳤다. 김 전 사장은 이튿날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를 찾아가 당초 요구받은 2억달러 외에 회사 운영자금 1,700억원까지 얹어 4,000억원 대출을 신청했다.
대북송금 관계자 백태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의 진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당시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박씨에게 '여신 지원은 실무자 선에서 처리한 것으로 증언해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박씨는 자신이 대출을 전결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또 이 전 회장은 소명자료에서 "정 회장이 그룹 대권을 승계받은 뒤 첫 작품으로 큰 업적을 이루자 스스로 몹시 만족했고 자랑스레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보고했다"며 "정주영 회장도 아주 흡족해 하며 아들을 대견스러워 했다"고 적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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